[초점] 대리수술 상해 부인한 법원…CCTV법 허점 찌른 변호사

중앙지법, 대리수술 국가 손배소 원고 패소 판결…고의 상해 쟁점
원고 '동의 없는 수술은 상해' vs 檢·法 '상해 의도 입증 불가'
국회 국민청원엔 변호사 '수술실 CCTV 개정법' 보완 촉구 나서
촬영 의무화, 폐기 시 처벌 강화 등…'법 통한 원천 차단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2-15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만연하다고까지 알려진 의사 대리수술 문제가 법적으로 온전히 규제될 수 있을까. 

14일 법원에서는 대리수술에 따른 상해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 이 시기 다른 한편에서는 대리수술을 차단하기 위해선 내년에 시행될 '수술실 CCTV법'에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법조인 주장이 나온다.

법조계 내에서도 대리수술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놓고 입장 차이가 확인되는 셈이다.

검찰·법원, 의사 대리수술에 고의적 상해 불인정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김선웅 닥터 벤데타 대표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소송은 '유령수술', '섀도우닥터' 등으로 불리는 대리수술 사건에서 비롯됐다.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로 사망했고, 의료진 내부 제보로 2014년 대리수술 진상이 드러났다.

이에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이기도 한 김선웅 대표는 피해자 진상조사 후 관계자들을 상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대리수술로 인해 신체에 상해가 발생했으므로 상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확인된 피해자만 35명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한 검찰 판단은 달랐다. 동의없는 수술이 진행된 것은 맞으나, 상해를 끼칠 의도는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때문에 대리수술에 대한 수사 후 상해죄에 대해 의료진 등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어 재판에서 '해당 과정에 어떠한 위법한 직무 집행이나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단 수술비를 편취한 것에 대해서만 병원장을 사기죄로 기소했고,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에 김 대표는 '국가가 유령수술 조직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면해주고자 형법 범죄구성 요건을 재단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동의 받지 않은 의사가 칼을 댔다면 그 자체로도 상해 고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 노력에도 이번 소송에서 법원 판단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청구 취지와 관련해 정부에게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쟁점이라 할 수 있는 대리수술로 인한 고의적 상해 여부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대리수술, 법으로 막아야'…국회에 청원 올린 변호사

검찰과 법원이 대리수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비교적 제한적으로 보는 것과 달리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을 통해 대리수술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리수술과 관련된 이번 1심 선고가 있기 하루 전인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엄격한 의료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내년 9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수술실 CCTV' 관련 개정 의료법이 더 엄격하게 보완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청원인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3가지를 지목했다. 3가지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사전에 요청해야만 수술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점 ▲범죄수사, 공소제기, 재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또는 중재과정에 있어야 CCTV를 열람할 수 있는 점 ▲CCTV 열람을 거부하거나 관련 조항을 위반해도 처벌이 가벼운 점 등이다.

청원인은 지난해 6월 벌어진 실제 피해사례를 예로 들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강남구 한 성형외과에서 원장을 지목해 코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부작용을 겪었다. 이에 수술 당시 녹음기를 켜뒀던 것을 기억하고 녹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리수술이 벌어졌음을 추측했다.

언론에 따르면 해당 사건 피해자 측 변호사는 손 모씨로, 이 청원을 작성한 청원인과 같은 성씨다. 담당 변호사가 직접 이 청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근거다.

청원인은 환자가 요구하지 않는 한 CCTV 촬영 의무가 없어 대리수술이 가능하고, CCTV로 촬영하더라도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상을 폐기해 '적은 벌칙'을 받는 방식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 요청 없이도 의무적으로 CCTV를 촬영토록 하고, 영상 훼손 시 엄격히 처벌하도록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 요청만으로 CCTV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유명한 특정의사로부터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은 늘어나지만, 그 의사가 수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기에 현재와 같이 유사 대리수술 분업식 대리수술이 만연하게 됐다"며 "앞서 개정된 법 규정을 살피건대,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등의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수술실 현장에서는 의사자격이 있는 '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역시 큰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규정을 통한 개정법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정이 이뤄져야 비단 의료분쟁 발생 시 필요한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고, 성형외과 수술방에서 만연하고 있는 대리수술 관행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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