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와 '액체생검'‥암 치료의 새로운 한 획 그을까?

액체생검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테스트 규제 및 승인에서 복잡성 존재
일부 기업의 독점 형태 우려, 실제 액체생검과 암 진단 효과 연구 더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4-26 11:4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진료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 진료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환자에 적합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 정밀의료는 암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있다. 

그동안 암 진단에서 흔하게 사용되던 방법은 환자의 조직을 직접 떼어 내는 조직생검(Tissue biopsy)이었다. 침습적인 검사가 필요하므로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위험 부담이 있었다. 게다가 치료 방법을 변경하거나 치료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조직생검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한 종양의 발생 위치나 크기, 환자 상태에 따라 조직생검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종양의 이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일부 악성도가 높은 서브 클론(sub-clone)을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직생검은 시행하기 위한 수술 및 전문 인력 소요로 인한 비용적 부담도 발생한다.

반면 액체생검은 혈액에 순환하는 종양 세포의 DNA 절편을 찾기 위해 혈액 검체에 수행되는 비침습적 검사이다. 생체 내 혈액에서 순환 종양성 DNA(ctDNA), 순환성 종양세포(CTCs), 엑소좀 등을 분리하고 내부의 핵산 정보를 분석한다. 

액체생검은 혈액을 매개로 전이를 유도하는 생화학적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으며, 혈액으로 검사하므로 고통이 매우 적고 상처가 없다. 암이 재발한 시점에도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검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액체생검은 암의 조기 진단, 진단 보조, 치료 계획 수립, 시술에 대한 반응 추적, 미세잔존질환 모니터링, 재발 모니터링 등의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액체생검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테스트 규제 및 승인은 복잡성이 존재한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액체생검: 암 조기진단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르면, 임상 치료에서 종양 바이오마커 테스트를 채택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1) 테스트의 정확성, 신뢰성 및 재현성을 측정하는 분석적 유효성, 2) 집단을 상이한 임상 결과를 가진 개별 그룹으로 나누는 능력을 평가하는 임상적 유효성, 3) 테스트를 한 환자의 결과가 개선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개선됐는지를 평가하는 임상적 유용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 FDA는 테스트에 대한 규제 요건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시판된 바이오마커 테스트 조차 반드시 임상적 유용성을 확립할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판 중인 종양 바이오마커 테스트는 공인 실험실에서 개발된 테스트(LDT, Laboratory-developed test)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FDA가 다른 진단 테스트에 적용하는 기준과는 상이한 부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액체생검은 상당히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는 주로 소규모로 시행됐고, 암의 종류도 충분히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액체생검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검증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액체생검 전문 회사 그레일(Grail)은 혈액 검사가 말기 암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40,000명을 대상으로 영국 국립보건서비스와 함께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 정부 연구기관도 혈액 검사를 통해 암을 더 빨리 발견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 최대 7년간 200,000명이 참여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액체생검은 일부 기업의 독점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현재 그레일, 가던트(Guardant), 이그젝트 사이언스(Exact Sciences) 등의 기업이 혈액기반 암 조기진단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레일은 2016년 일루미나에서 독립한 액체생검 테스트 회사다. 

그런데 2020년 9월, 일루미나가 80억 달러 규모로 다시 그레일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 큰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은 반독점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어 이들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액체생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전자분석장비(NGS)의 최대 제조기업인 일루미나가 그레일과 합병을 한다면, 다른 기업들의 혁신성 저하, 검사 비용 상승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미국 및 유럽의 공정거래 규제기관이 우려를 제기한 후 일루미나는 새로운 표준 계약과 종양 환자를 위한 시퀀싱 접근을 보장하고 향후 4년간 가격을 40% 이상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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