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없이는 EMR 인증제 활성화 불가‥몇 년째 반복된 이야기

2018년 시범사업 전부터 같은 이야기 반복‥병·의원 자발적 참여에는 재정 지원 필수
과거 PACS 도입 시 가산점 부여, 해외 지원 사례로 EMR 인증 활성화 전망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21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인센티브'가 없이는 힘들다." 몇 년째 반복된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18년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도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분명히 의료계와 진료기록 관련 업계, 학계는 "수가 차등지급 등 인센티브 없이는 인증제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런데 EMR 인증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에도 재정적 인센티브는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단지 참여만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2020년 6월부터 본격 시작된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는 전체 의료기관의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비해 병원과 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EMR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의료기관 간 제품의 차이로 상호 호환성이 부족했고, 진료 정보의 공유와 교류에 있어 한계가 있었다.

이 맥락에서 EMR 인증제도는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 보장, 의료비 절감이란 목적을 갖는다.

EMR 인증은 EMR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인증(제품인증)과 의료기관이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인증(사용인증)으로 나뉜다. EMR 인증제는 개별 의료기관 내에서만 사용되던 진료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간 상호 호환이 가능한 전자건강기록(EHR) 형태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EMR 시스템 인증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다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 EMR 시스템 인증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인증제도를 시행한 후 사용인증을 획득한 의료기관은 2020년 21개소에서 2021년 3234개소, 금년 6월 3898개소로 증가해 왔다.

EMR 인증제 시행 이후 참여 의료기관과 제품 업체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보면 말은 달라진다.

2022년 7월 1일 기준, 사용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수는 총 3,921개였다. 이는 전체 의료기관 중 10% 수준이다.

EMR 인증을 받으려면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EMR 인증제는 중소병원들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EMR 시스템을 상호 호환이 가능한 형태의 인증된 EMR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일에는 재정적인 투자 뿐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적응과 교육 등 여러 가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과 달리 병·의원은 개별적으로 사용 중인 EMR 시스템을 표준화된 형태로 바꾸기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으며, 인증제를 통한 혜택도 없어 자발적으로 EMR 인증제에 참여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EMR 인증제 확산을 위해 재정적인 인센티브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인증제의 활성화와 선순환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이는 2018년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기된 주장이었다.

제도의 활성화에 인센티브 지급이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과거 영상의학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디지털화 과정에서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이 도입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급여화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영상의학 분야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바 있다.
 

또한 미국, 영국, 대만,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중소병원의 인증된 EMR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을 추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 확산을 위한 해외 사례 비교 연구'에 따르면, 국가마다 구체적인 지원액수, 기간, 방법은 달랐지만,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재정 지원을 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들 국가에는 재정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에 별개의 지원이 있었다. 예를 들어 대만의 경우 소규모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가 대형병원보다 더 크도록 설계했다.

보건정책연구실 건강보험연구센터 백주하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인증된 EMR의 확산에 가장 핵심적인 지원 방안인 재정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아직 실제적으로 도입하지 않았고,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하는 중소병원의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방안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EMR 개발업체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약 3,000여개의 중소병원들의 EMR 인증제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한시적인 사업의 한계로 중소병원들의 EMR 인증제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했다.

이를 토대로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EMR 표준화를 국가 디지털헬스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해 왔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와 관련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19-2023)에서도 전자적 진료정보 교류 및 관리 강화를 위해 EMR 인증에 대한 수가 검토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EMR 인증 수가 시험사업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백 연구위원은 "여러 동향에 맞춰 정부가 인센티브 제도 수립에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상호 호환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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