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크론병을 앓는 환아 보호자들이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최근 보건소로부터 특수조제분유의 지원이 최대 1년까지만 제공된다는 안내 문자 또는 전화를 갑작스럽게 받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991년부터 희귀난치성 소화기계 질환을 앓는 19세 미만 아동에게 특수조제분유를 지원해 왔다. 크론병 환아들은 장기적인 염증으로 인해 소화와 영양 흡수가 어려워 특수조제분유 지원이 치료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크론병은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산정특례 V130)으로, 환아들은 영유아기나 학령기 초기부터 진단받아 지속적인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중증 환아들은 자가 섭취가 어려워 위루관(G-tube)을 통해 분유를 공급받기도 한다.
기존 지원 기준은 최초 신청 시 8주간 집중치료기간 동안 필요량의 100%를 지원하고, 집중 치료 이후에도 6개월마다 진료확인서를 제출하면 매월 특수조제분유 30포(또는 액상 60팩)를 추가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최초 신청 시 8주간 집중 지원은 유지되나, 집중 치료 후 추가 지원은 최대 1년까지만 가능하며 1년이 경과하면 지원이 종료된다. 이 같은 집중치료 지원도 최초 신청 후 단 1회만 적용된다.
지난 3월 중순, 일부 보건소는 보호자들에게 이 같은 변경 내용을 문자로 안내하며 "2025년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통지했다. 복지부가 개정 의견을 수렴 중이며 확정 시 적용 예정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미 4월 1일자로 실질적인 적용이 시작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크론병 환우모임을 중심으로 특수조제분유 지원 축소에 대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를 캡처했다.
갑작스런 지원 축소 소식에 크론병 환우모임을 중심으로 보호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제도 변경의 근거, 형평성, 일방적 전달 방식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A 크론병 환아 보호자는 "특수조제분유를 지원받는 다른 질환은 제외되지 않았는데 유독 크론병만 차별을 받았다"며 "유전성 여부로 지원을 나누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유예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된 건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보호자들의 잇따른 항의에 보건소는 '상급 기관의 공문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으며, 보호자들은 보건복지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원 축소 이유로는 크론병 환자 증가로 인한 예산 문제, 치료 방식 변화로 인한 식이요법 필요성 감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
B 보호자는 "치료 현장에선 여전히 식이조절을 필수로 권장하는데,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존과 직결된 지원을 경제적 이유로 끊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실제 특수조제분유는 10포에 약 14만원 수준으로, 하루 2~3포씩 섭취하는 환아의 경우 월 100만원 가까운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지원 축소는 저소득층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C 보호자는 "정부가 아이들의 생명줄 같은 지원조차 책임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보호자들의 공분을 더욱 키운 것은 지원 중단 안내문에 적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달라'는 문구였다. 지원 중단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정작 필요한 소통은 생략한 정부 방식이 보호자들에게는 더 큰 상처로 남았다.
D 보호자는 "예산 문제가 있다면 분유 가격 인하나 건강보험 처방 확대 같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떤 논의도 없이 문자 한 통으로 모든 걸 정리하려는 정부 태도가 가장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환우 모임인 크론가족사랑회는 지원 축소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론가족사랑회 김정은 대표는 "19세 미만 크론병 환아들에게 특수조제분유는 치료와 성장에 있어 필수적이다. 지원이 축소될 경우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 경장식을 병행한 치료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질환이 악화돼 고가의 약물치료와 수술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크론병 환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크론병 환아 특수식이 지원 사업의 축소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해당 사태에 대해 불합리함을 강조했다. 김재학 회장은 "크론병은 약물치료와 영양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질환이다. 국가 지원이 축소될 경우 환아들의 치료와 가계에 막대한 부담이 가게 될 것"이라며 "환아와 가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부가 금번 사업 축소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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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2025.04.09 12:22:51
급여처방이라도 되게 해주세요.
급여처방도 안되고 너무 비싸요.
하루아침에 날벼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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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2025.04.05 23:40:01
정말 줄일걸 줄여야죠
지원 안해줄거면 급여처방이라도 되게 해줘야죠
정말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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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2025.04.03 20:15:10
애들 해주는건 줄이지 맙시다. 못난 어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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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2025.04.03 19:23:50
정신이 나갔구만
없앨껄 없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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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2025.04.03 13:33:22
이렇게 기사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통보와 중단으로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마음졸이는 부모 입장에서 너무 속상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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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2025.04.03 12:57:21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행정상 이런 변경의 경우 당장 시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고시하나 없이 복지부에서 이런 결정을 할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복지부 관련 정책과는 며칠전부터 아예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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