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수록 병원 멀어져‥1인 가구 '치료 공백' 현실화

청년층, 병원 갈 일 적지만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 더 높아
병원 이용도 도시·농촌 '극과 극'‥1인 가구 의료 양극화 뚜렷
"진료비만으론 부족"‥1인 가구엔 비재정적 지원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0 11:5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 접근성 논의가 필수의료와 지역 격차에 집중되는 사이,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사는 삶 자체가 하나의 '의료 사각지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1인 가구 비율이 급증한 청년층과 고령 농어촌 지역에서 병원이 필요해도 제때 찾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고립이 아니라, 구조적인 접근 장벽이 실질적인 의료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1인 가구의 의료수요 발생과 미충족의 결정요인: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의 표본선택 프로빗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병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 1인 가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병원에 갈 일이 적었지만, 일단 의료 수요가 생기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연령대에서 의료수요는 적게 경험했으나, 미충족 의료수요는 오히려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후 청년 1인 가구의 미충족 의료수요의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미충족 의료의 발생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을 때 생애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미래에 더 큰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 사각지대는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두드러졌지만, 그 양상은 도시와 농어촌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다.

도시에서는 1인 가구가 많을수록 병원 이용은 활발해지고 미충족 의료는 줄어드는 반면, 농어촌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높을수록 의료 수요 자체가 줄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양상에 대해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정보 부족, 건강 문제에 대한 둔감성, 지역사회의 파편화로 인해 건강 행동을 유도하는 사회적 기능이 약화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1인 가구비가 약 40% 이내인 경우, 도농 간 격차가 유의했기에 1인 가구비가 과반에 근접한 농어촌에 더 특별한 보건의료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의 건강보장제도가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시간 부족, 이동 제약, 돌봄 부재 등 비재정적 요인에 따른 미충족 의료 문제까지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연구팀은 "앞으로는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형태에 맞춘 비재정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정책을 넘어 노동, 교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논의와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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