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권·건보 부담 우려"‥산부인과醫, 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모자보건법 개정안, 임신중절 허용 한계 삭제‥"헌법 취지 왜곡"
"건강보험 적용·의약품 도입은 생명윤리 위협…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23 09:11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최근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남인순 의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허용 범위 삭제, 관련 용어 변경, 건강보험 적용 및 약물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3일 공개한 의견서를 통해 "법안의 내용은 태아 생명권,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의료윤리 등 중대한 공익 가치와 충돌한다"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2019년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서도 태아 역시 보호해야 할 생명 주체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상충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키려는 요구를 무시하고 여성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의사회는 임신중절 허용 한계를 삭제할 경우, 현장 혼란과 법적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세계 다수 국가는 일정 임신 주수 또는 제한적 사유(성폭력·산모 건강 등)에 따라 허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무제한적 허용은 생명존중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허용 확대도 반대했다. 의사회는 "경제적 사유를 중절 사유로 인정하기보다, 출산·양육 부담을 줄이는 국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임신중절이 사회 안전망 부재의 대체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건강보험은 질병·부상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제도"라며 "임신중지는 그 목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시술에 공적 재정이 투입되면, 희귀질환 치료나 필수의료 지원 예산이 줄어드는 등 자원 배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보험 적용은 시술의 상업화를 촉진해, 생명 종결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의료윤리 훼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임신중지 약물(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 등)의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 역시 반대 입장이다. 해당 약물은 자궁 내 수정란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며, 강한 부작용과 의학적 위험을 수반한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대량 출혈, 불완전 유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약물은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과 관리 하에 사용돼야 하며, 자가복용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미국 FDA조차 이 약물을 전문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의약품 안전성과 생명윤리에 대한 국민적 숙의 없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모든 보건의료인은 생명을 살리는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일한다”며 “의료인의 양심과 신념에 반하는 법제화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입법부와 정부에 ▲임신중절 허용 한계 삭제에 대한 재논의 ▲건강보험 적용과 약물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 형성 ▲태아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적·윤리 기준 수립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윤리 보장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의사회는 "헌재 결정의 본질은 생명과 권리의 균형이며, 이번 개정안은 그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사회적 숙의를 바탕으로 생명 존중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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