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파업 철회됐지만…구조적 위기 여전

"민간과 경쟁 불가능…공공병원 역할과 기능 재정립 필요"
감염병 대응 이후 반복되는 적자 악순환 지적
노조, 총액 예산제 도입·지역 필요 반영한 역할 부여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25 05:50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코로나19 이후 지방의료원들은 경영 적자와 임금 체불로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노조가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위기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공공의료 현장에서는 정부의 근본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민간병원과 경쟁하도록 하는 현재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공공병원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24일 강원도 강릉·속초·삼척·영월·원주 의료원은 예정됐던 파업을 철회했다. 전날 밤 9시, 지방의료원 노사 간 특성별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 등을 담은 조정안에 합의했다.

일단 파업은 피했지만, 지방의료원이 처한 구조적 위기는 여전하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경영난, 지역 공공의료 기반의 붕괴 등 누적된 문제들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장에서는 공공의료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역할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안난 강릉의료원 원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의료원과 공공병원의 경영혁신과 효율화는 필요하지만, 민간병원과 경쟁해 수익을 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의료체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에 대한 국가적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공병원의 역할과 가치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아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 때마다 병상을 비워 전담병원으로 운영했고 이후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적자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 그때마다 의료원을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해 대응한다면, 경영이 일시적으로 정상화되더라도 다시 적자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재정적·인프라적 지원은 물론, 의료진이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가치와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조 역시 지방의료원 및 공공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최복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노사합의로 파업은 막았지만 노조는 지방의료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체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환자 수가 적어 수익 구조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총액 예산제'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총액 예산제는 병원의 연간 운영 예산을 사전에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본 인력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최 실장은 "총액 예산제를 시범사업으로라도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의사와 일반 의료인력 모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 의료 필요도와 특성에 맞는 공공병원의 기능 정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규모가 큰 의료원은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서 급성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소규모 의료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다"며 "이에 지역 의료자원의 분포와 필요도를 반영해 기능을 강화하거나 확장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 필요한 사업, 예를 들면 내년부터 시행될 통합돌봄법(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 지역 내 사업들을 공공병원이 담당할 수 있도록 기능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부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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