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앞둔 '응급실 뺑뺑이' 경고‥응급의학醫 "시민의식 절실"

의정갈등 장기화 속 최장 10일 연휴, 응급실 과밀화 불가피
경증환자 1차 의료기관 이용 당부‥"응급실은 최종치료 장소 아니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재난, 이제는 전문가 의견 담은 대책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10-02 07:4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응급실에 명절은 언제나 악몽이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최장 10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국민 호소문을 내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의사회는 이번 명절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각한 혼란과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정 갈등 초기 국민들이 보였던 시민의식과 경각심마저 희미해진 상황에서, 응급의료체계는 지난 2년간 개선은커녕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현장 의료진은 배후진료능력이 떨어진 채 평소보다 훨씬 많은 낯선 환자를 떠안아야 하고, 상급병원 전원이 막히면서 '응급실 뺑뺑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사망에 이를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긴박한 현실을 전했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하고, 결국 최소한의 안전은 국민 스스로의 주의와 인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짙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명절을 앞두고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만성질환자는 약이 떨어지거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과음과 과식을 삼가 급성 위장관 증상을 막아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활동이나 무리한 운동은 사고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자제해야 하며, 발열 환자는 이동과 방문을 줄여 고위험군 감염 전파를 막아야 한다. 이동이 잦은 연휴 특성상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충분한 휴식과 법규 준수도 필수적이다.

의사회는 또 명절마다 반복되는 응급실 과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증환자의 상급병원 쏠림을 지목했다. 단순 발열이나 복통, 설사, 열상, 염좌 같은 증상은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도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응급실로 몰리면서 문제가 악화된다는 지적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열려 있지만 어디까지나 응급치료를 제공하는 곳이지 최종 치료가 이뤄지는 공간이 아니며, 불필요한 이용은 결국 정작 중증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의사회는 "보다 긴급한 환자를 위해 조금 더 기다리고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근본적인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응급의료 인력은 평상시에도 최소 수준으로 운영돼 연휴처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는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응급환자에게 돌아가고, 이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따라서 장기적인 응급의료 계획에는 명절이나 연휴 같은 특수 상황을 대비한 현실적인 대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회는 "탁상행정으로 말뿐인 대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회원들이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체계의 과밀화와 위기는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준비를 다하고, 응급실을 올바르게 활용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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