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생법 개정안 시행 전 '찬물'…불법줄기세포 제조·판매 걸렸다

첨생법 위반 네 번째 사례 가능성↑…업계는 '무관심'
다시금 붉어진 제대혈 논란…'연구 중간단계 점검 부재'
업계 불황 따른 '도덕적 해이' 우려…"윤리적 원칙 준수해야"

정윤식 기자 (ysjung@medipana.com)2024-04-29 06:09

 
[메디파나뉴스 = 정윤식 기자] 최근 불법으로 46억원 규모의 줄기세포를 제조해 판매한 바이오벤처 직원 3명이 검찰에 불구송 송치됐다. 이에 따라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고, 953회에 걸쳐 46억원 규모의 무허가 줄기세포를 제조해 판매한 바이오벤처 직원 3명을 지난달 말 불구속 송치했다. 또한 이들은 기증받은 탯줄로 불법 제조한 치료제를 판매해 약 5억원의 수익을 착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제대혈이나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조한 치료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돼, 식약처에서 제조·판매 등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사람이나 동물 세포 등을 이용해 임의로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면 첨생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성동 경찰서 전경
첨생법은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안전에 대한 관리 강화와 신속한 제품화 지원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9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1년간의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거쳐 2020년 8월 시행됐다.

세부적으로 이는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우선 심사' ▲개발자의 일정에 맞춘 허가제도의 유연화와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심사' ▲임상 3상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임상 2상 단계 제품의 출시를 허용하는 '조건부 허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첨생법 제정 당시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과 1상부터 의무화된 바이오의약품의 장기 추적 조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했다. 

아울러 첨생법 시행 이후 희귀·난치성 질환 연구대상자에 한정된 활용, 치료비 청구 불가 등의 사유로 관련 환자들이 세포유전자 치료를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회는 지난 2월 첨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첨단재생의료치료 제도의 도입 ▲임상연구대상자 범위 확대 등이 있다.

첨생법 개정안 통과에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활용한 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으며,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기업들 역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사진설명) 다수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모여있는 성동구 성수역 전경
◆ 첨생법 위반 네 번째 사례 가능성↑…업계는 '무관심'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지난 3월 첨생법 위반으로 식약처로부터 관련 품목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이오솔루션, 에스바이오메딕스, 안트로젠 이후 네 번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앞선 세 기업이 '위해성 관리 계획 실시결과 및 최신 안전성 정보보고 기한 내 미보고' 사유로 행정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줄기세포 치료제 불법 제조로 인한 첨생법 적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의혹의 사실 여부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첨생법 시행 이후 보건복지부가 관련 사항에 대해 고발을 진행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이번 문제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특히 관계 지역인 서울 성동구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들은 이번 사건에 "처음 듣는 일"이라며, 자사의 연관 가능성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경영진 차원에서의 공신력 있는 답변 요구에 "한 번 알아보겠다"는 말과 함께 "불미스러운 사건에 엮이기 싫다"는 사유를 들며 해명을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첨생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무지한 모습을 보인 것.

이는 첨생법 개정안으로 누리게 될 혜택에 다수 바이오기업이 환영의 의사를 밝혔던 일과 상반되는 부분으로서, 향후 사건의 구체화에 따라 성동구 지역을 포함한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들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 다시금 붉어진 제대혈 논란…'연구 중간단계 점검 부재'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앞선 일당이 기증받은 탯줄로 불법 제조한 치료제를 판매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대혈은 산모의 신생아 분만 시 태반과 탯줄의 혈관에 남은 신생아의 혈액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해당 혈액 안에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포함됐다는 연구가 진행되며 의학적 활용이 시작됐다.

특히 제대혈 속의 조혈모세포 외에도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배양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며 다양한 난치성질환의 세포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제대혈은 보관목적에 따라 기증제대혈과 가족제대혈로 분류된다.

먼저 기증제대혈의 경우 국가에서 지정한 기증제대혈은행에 보관하며, 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표준치료법으로 공인된 조혈모세포이식의 공급원으로 활용된다. 그리고 조혈모세포이식에 활용되지 못하는 제대혈은 연구용으로 보관관리되면서 난치성질환 연구에 사용된다.

다음으로 가족제대혈은 당사자 가족이 경비를 부담하고 허가받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보관되고,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난치성질환 치료를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제대혈이식)에 이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전국의 제대혈등록기관은 총 16개가 있으며, 각각 9개와 12개의 기증제대혈, 가족제대혈 보관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들 중 제대혈 보관 사업을 중복으로 영위하는 곳은 5곳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나, 부적격관리와 불법시술로 인한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는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 공급 신고 의무를 어긴 제대혈은행 4개를 고발 조치하고, 1개 연구기관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부적격 제대혈도 적격의 경우와 같이 제대혈정보센터에 등록 ▲제대혈 연구기관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부적격 제대혈의 일정 비용 부과 ▲제대혈정보센터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제대혈은행의 제대혈 연구기관 공급, 허위 신고 행위 처벌조항 신설 등의 제대혈 관리 강화 개선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0년 4월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제대혈은행의 품질·안전 관리 정기 심사 결과 16개 기관이 적합, 1개 기관이 보관 기간 종료된 제대혈제제를 폐기하지 않은 것을 비롯한 5개 항목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3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제대혈은행 정기 심사평가 최종 결과 18개 기관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해당 기관 관계자는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부적격 제대혈의 경우, 연구 기간이 끝나면 시행규칙에 따라 폐기 사유서를 받고 있다"고 했으나 "폐기 사진을 받는다든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실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 업계 불황 따른 '도덕적 해이' 우려…"윤리적 원칙 준수해야"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포털에 따르면 현재 전국 32개 기업·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로 허가받은 상태다.

이중 A기업의 경우 첨생법 시행 전 '미허가 줄기세포 치료제 판매 혐의'에 따라, 식약처로부터 제조업무 6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처분에 A기업은 식약처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 이은 대법원 소송에서까지 패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오는 2025년 시행을 앞둔 첨생법 개정안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일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첨생법 개정안 통과 이전 시민단체는 향후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일부 기업과 병원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은 첨생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벤처 직원 3명이 착복한 금액이 일반적인 시리즈A 규모인 46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난에 빠진 바이오벤처에게 안 좋은 측면으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기증된 탯줄을 이용해 무단으로 줄기세포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윤리적, 법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행위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과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로서 우리는 앞선 불법적인 활동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함께, 적법한 허가와 규제를 준수하며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리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환자들의 안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윤리적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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