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본인확인 강화, 기본 지침도 없다…개원가 '분통'

내달 20일 시행…본인확인 절차·기록·증명 지침도 못받아
위반 시 징수금에 과태료 100만원인데…"어쩌란 건지"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4-24 06:0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가 시행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의료현장은 확인 절차 등 기본적인 지침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한 상태로 요양급여 부정수급 방지턱 역할만 떠맡게 된 개원가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현장은 내달 20일 시행될 의료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에 대한 지침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의료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는 지난해 3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의료기관이 환자 등에 요양급여를 실시할 경우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토록 하고, 의무 위반 시 과태료와 징수금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징수금과 별도로 부과되는 과태료는 1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안 발의 당시 의료계 반발이 커 보건복지위원회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었지만, 복지위가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하며 급물살을 탔다. 당시 이목을 끈 간호법이나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되며 대응 여력이 부족했고, 결국 본회의 통과 후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전국민과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지만 제대로 된 지침조차 없기 때문이다. 개원가를 아우르는 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내원 환자 신분증만 확인하면 되는지, 확인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기록하고 증명하면 되는지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환자 신분증은 확인했지만 도용일 경우 의료기관은 어떤 책임을 지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부터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모바일 자격·본인확인 QR 인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참여 의료기관은 일부에 불과해 우려는 그대로 남는다. 대개협은 QR 인증 체계 시범사업 관련 결과나 향후 지원 관련 안내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홍보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보공단은 지난 9일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 홍보와 관련해 유튜브 홍보 영상 4편과 카드뉴스 등을 게시했지만 23일 기준 유튜브 홍보 영상은 각각 1000~2000회 수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건보공단은 내달부턴 요양기관 배부용 포스터, 리플릿, 삼각대 등을 발송하고 TV와 라디오 공익캠페인도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결국 불분명한 지침 속 과태료를 받지 않기 위한 병의원과 불충분한 홍보에 제도를 처음 접한 환자들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불안해 하고 있다.

대개협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 80% 이상이 동의하고 충분한 준비가 될 때 시행할 것 ▲의료기관 업무 부담이 없도록 최소한 개입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 ▲시행 전 국민 대부분이 알 수 있도록 충분히 홍보할 것 ▲도용에 따른 2차적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지 않을 것 ▲상식 밖 과태료 규정을 폐지하고 본인확인 업무를 보상할 것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료기관은 신분을 도용한 것도 아니고 피해를 보는 입장인데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게 정상적인 정책인가"라며 "급여 부정수급 방지라는 취지엔 누구나 공감하지만, 방식도 과정도 비효율적이고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행까지 한 달 남았는데 의료기관 입장에선 '제대로 안하면 과태료 부과할거야'가 끝인 셈이다.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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