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대했지만‥학교법인 인제학원, 서울백병원 폐원 의결

20년 동안 1,745억원의 누적 적자‥이사회에서 폐원 결정
의료계와 노조의 반발 클 듯‥서울시도 백병원 부지 상업시설 용도 막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20 18: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모두가 반대했지만 결국 폐원을 막을 순 없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다. 

이로써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작으로 82년간의 역사를 가진 서울백병원은 폐원 수순에 돌입하게 됐고, 8월 말에는 완전히 문을 닫게 된다.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4년 때부터다. 서울백병원이 2004년 처음 7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백병원은 2016년 경영정상화 TFT을 만들어 인력 감축, 병상수 감축, 외래중심 병원 전환, 레지던트 수련을 포기하고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 시설 리모델링, 기금 유치 등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3년 현재, 서울백병원은 20년 동안 1,745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부터 경영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경영 자문을 받았음에도 "해당 입지에서 더 이상의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이에 2023년 5월 31일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했고, 인제대학교 학교법인은 6월 20일 15시 이사회를 열어 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

서울백병원의 폐원 여부를 놓고 백병원 교수들도, 노동조합도, 그리고 의료계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특히 의료 공백을 우려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증환자 진료,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서울백병원 폐원 추진은 서울 중구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일방적인 폐원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졌다. 서울시 중구보건소는 서울백병원이 주요 응급의료기관 및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는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백병원 부지의 가치는 약 2000억 원~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2022년 6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해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용 자산으로 분류됐던 서울백병원 부지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허용된 상태다. 

만약 서울백병원이 폐원된다면 해당 부지를 상업용 건물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움직임에 이사회가 열리는 20일 당일, 서울시가 직접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중구 서울백병원의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을 폐원하더라도, 상업용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백병원은 폐원이 결정됐다.

오늘 이사회의 결정은 또 다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전부터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단독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 서울시의회, 중구, 중구의회, 중구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울백병원의 폐원 결정으로 직원 393명이 고용과 생존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으로 전원 고용승계를 논의되고 있으나, 관계자들은 당사자의 조건이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나머지 형제병원들의 경영 상황도 크게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백병원 교직원까지 떠안게 되면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백병원 노조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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