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 사태 일파만파‥의료계 전반의 문제로 번져

수도권 내 경쟁 심화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3차 병원에 집중된 정책, 잘못됐다"
의료 사업의 한계 보여준 현실‥각 종별 역할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23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가 82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결정했다.

20년 동안 쌓인 누적 적자가 1,745억 원에 이르면서, 경영난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대단하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를 비롯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투쟁을 예고하고 있으나, 이와 더불어 의료계에서도 백병원 사태를 예민하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대 여론이 큰 가운데 법인이 강력하게 폐원을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병원 운영이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서울백병원의 폐원으로 인해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의료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증환자 진료,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유를 보다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 사태가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수도권 내 경쟁 심화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였다.

서울백병원은 명동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으나, 그 주변에 상급종합병원들이 위치하면서 경쟁에 밀리게 됐다.

서울백병원은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병상수를 줄이고 외래 중심 병원으로 개편했으나 이 전략은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레지던트 수련을 포기하고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했더니 환자는 더 줄어들게 됐다.

이와 달리 수도권 내 대형병원들의 몸집 키우기는 과열되고 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상급종합병원, 병원, 의원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경증, 중증과 상관없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 내 대학병원들이 분원 및 새 병원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장치가 없다면 쏠림 현상은 완화되기는 커녕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는 서울백병원의 사태가 앞으로 노후화된 중소 종합병원들의 미래일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는 각 종별마다 기능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의료 이용을 조절하고, 비정상적인 수가체계와 수가계약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지방 뿐 아니라 도심 의료기관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만큼 의료 사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앞서 수도권에서는 중앙대 필동병원(2004년),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성바오로병원(2019년), 제일병원(2021년) 등의 연이은 폐원·이전이 있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가 3차 의료기관에만 집중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이번 폐원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페원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의료 정책이 가장 큰 이유다. 공공병원이라고 해서 적자 경영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서울백병원 폐원은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민간의료기관이 적정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것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백병원이 아닌 또 다른 의료기관이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현 정책으로는 경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 익명의 의료계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정책은 이제 질린다.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 외의 병원들은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의무를 강조하지 말고 의료전달체계, 특히 각 종별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제 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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