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9일 예정 암질심‥암환자에게 '희망고문' 되지 않길

절실한 환자들 요청에도 급여 지급 연기‥환자들 "코로나19와 같은 전향적 정책 원해"

박으뜸·조운 기자2020-04-28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조운 기자] 4월 29일 건강보험심평원에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연기된 바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급여 논의에 진척이 있을까?
 

암환자들은 이제 '희망고문'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대표 김성주, 이하 암환자협의회)는 재발 또는 전이가 된 4기 암환자들에게 항암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에 대해 신속 정확한 대처를 보여줬던 정부가 이번 암질심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 역시 그간 암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암환자 치료 접근성 확대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것이 사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은 정책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수치상으로는 항암제의 급여 품목이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필요하다는 약들은 여전히 비급여 상태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면역항암제가 도입돼 있다. 그렇지만 흑색종으로 시작해 비소세소폐암, 방광암을 제외하면 면역항암제의 급여확대는 2017년부터 정체돼 있다.

면역항암제가 다양한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획득해 가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NCCN(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과 ESMO(유럽종양학회)가 권고하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최신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 2020. V 3.0 기준)에서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에 권고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 투여는 높은 등급인 'Category1' 중 선호요법(Preferred)으로 우선 권고됐고, PD-L1 50% 이상에서 단독투여 역시 Preferred로 설정됐다.

NCCN 가이드라인은 치료효과에 대한 증거수준(evidence level)에 따라 권고의 category를 결정한다. 여기에 효과, 안전성, 근거 뿐 아니라 비용(affordability)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호요법(preference)을 결정한다.
 
따라서 선호요법 치료(preferred treatment)는 비용-효과까지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들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권고하는 치료 방향을 역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말기 폐암 환자 세 명 중 한 명(27.1%~36%)은 1차 치료 후 그 다음 2차 치료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하곤 하다. 그렇기 때문에 1차부터 효과가 뛰어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기 폐암 진단 후 첫 치료(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항암화학요법 대비 5년 생존율(6.7%)은 4~6배 증가하며, 항암화학요법 대비 환자의 신체, 정서, 인지, 통증 등 기능적 측면과 전신 건강 상태를 평가한 건강 관련 삶의 질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키트루다는 오래도록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 그것도 PD-L1 50% 이상의 조건에 묶여있다.

결국 부작용이 심한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2차로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암환자협의회는 "2차 이상에서 이미 건보적용이 이뤄지고 있는 면역항암제를 1차로 가져와 미리 쓰고 미리 건보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건보재정의 총량에 주는 영향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폐암 1차에 대한 면역항암제 건보적용에 난색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오노약품공업과 BMS의 '옵디보(니볼루맙)'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흑색종, PD-L1 10% 이상 비소세포폐암에 급여는 돼있지만 위암, 신세포암에서는 급여 논의가 몇차례 오고갔을 뿐 지금도 보험적용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EGFR 변이 폐암 환자 중 뇌 전이가 있어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1차 급여 적용 검토가 보류돼 왔다.

이 치료제가 절실한 환자들의 국민청원은 지난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BMS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는 다발골수종 유지요법에서 급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항암화학요법을 통한 유도요법 이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하고, 미세 잔류암을 제거 뒤 재발을 늦추는 유지요법이 강조되고 있다.

이식 후 유지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는 훨씬 빠르게 2차 요법을 시작해야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이미 NCCN,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ESMO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급여는 지연되고 있다.

얀센의 '자이티가(아비라테론)'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과 관련해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

자이티가는 2019년 5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됐다. 이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 중 자이티가는 NCCN에서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 최우선으로 권고되는 약제다.

자이티가는 ADT 치료경험이 없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환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30개월간 진행된 LATITUDE 임상에서 1차 치료옵션의 근거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유일하게 허가된 치료제이지만 2년째 비급여를 유지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고령의 환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 권고안을 적시에 제공해야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보건당국 대책 훌륭‥암환자 위한 정책도 변화 필요

암환자협의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에서 면역항암제의 건보적용이 늦춰지자,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야 하는 암환자의 현실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다른 질병의 치료제를 사용해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한 점을 꼬집으며, 암환자 치료에도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환자협의회는 "정부는 대한민국 기준 치사율 2.4%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심평원에서 '부당비율'로 산입하는 수백차례의 임의비급여를 눈감아줬다. 게다가 코로나19 치료에 건강보험까지 적용시켜줬다"며, "코로나19 환자들보다 더 급한 4기 암환자들에게는 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희망을 빼앗아가나"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이미 다양한 암종에 걸쳐 암과 싸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무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잘 활용하면 만성질환처럼 길게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들처럼 우리도 절박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암환자협의회는 "항암신약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해 건강보험적용을 더 넓히고 허가초과 심의 과정에서 지금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승인·불승인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조운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0-04-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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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2020.05.01 08:43:21

    환자들은 어떤치료라도 해서 살기만 한다면야 하고싶은 심정입니다..그런 우리의 희망을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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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020.04.29 01:33:39

    암환자분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희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코로나19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입니다. 제발 임상 현장으로 발로 뛰면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직접 만나고 다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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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2020.04.28 18:26:55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의료 복지가 꼭 필요 합니다. 비용때문에 치료 받지 못하는 이들이 더이상 없도록  노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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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2020.04.28 16:11:04

    암환자들은   살고싶어요 그리고 무섭기도 하구요 저도 이렇게 가족들과함께살고싶은데도와주세요왜  우리를  더힘들게  하는지요  심평원은  왜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살고파요  절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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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020.04.28 14:42:37

    암환자도 희망을 갖고 살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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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2020.04.28 13:04:28

    절박한 환우들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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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2020.04.28 11:41:14

    극심한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않으려는 암환우들이 급여혜택을 받으며 치료에 전념하고 용기낼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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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2020.04.28 10:54:20

    암환자들도 희망과 완치라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도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비싼 항암제를 속히 건보적용하여 가난하다는 이유로 생명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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