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퍼졌던 `신장암`‥'옵디보-여보이'로 80%가 사라져

[연중기획 희망뉴스] 고위험 신장암 환자‥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짧은 시간에 큰 효과
`옵디보-여보이`, 이전에 없던 반응률과 생존기간‥신장암에도 '완치' 가능성 생겨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2-03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어느 날 혈액이 섞인 가래가 기침과 함께 나왔다는 성혜정 씨(1975년생). '객혈' 증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병원에 찾아갔더니 뼈, 폐, 간 등 100군데 이상 전이가 진행된 '신장암 4기'를 진단받았다. 2019년 9월의 일이다.

그러나 성혜정 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포기'를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겠다는 의지가 타올랐다고.

"첫 진단을 받고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미 암이 온몸에 전이된 상태라고 들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2020년 1월. 성혜정 씨는 한눈에 봐도 비교가 가능할만큼 호전됐다. CT 사진 상 처음과 비교해 거의 80% 정도 암이 줄어든 것.

기본적으로 약 10년 동안 신장암에서 사용돼 온 표적항암제는 수텐(수니티닙)이다. 이 수텐의 반응률은 약 30%. 만약 첫 진단 시 성혜정 씨가 저위험군에 속했다면 수텐으로도 2~3년의 생존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혜정 씨와 같은 공격적인 암을 가진 고위험군은 수텐을 사용했을 시 반응률 자체가 낮다. 그래서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찬 교수는 성혜정 씨에게 `옵디보(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의 병용요법을 제안했다. 완치의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기대로 말이다.

결과는 성공적.

김찬 교수는 "성혜정 씨의 치료 목적은 단순한 연명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완치율을 높이고자 한다는 환자 본인의 생각이 뚜렷했다. 다행히 옵디보-여보이가 다른 치료옵션보다 완치 부분에서 더 장점이 있었고, 성혜정 씨에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 '옵디보-여보이'를 첫 치료제로 택한 이유

성혜정 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비록 본인이 신장암 4기, 그것도 공격적인 암인 탓에 온몸에 전이가 돼 있는 상태였지만 그의 치료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선택한 뒤 눈에 띄게 줄어드는 암을 확인한 뒤 이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 약이 저에게 굉장히 잘 맞는다는 것도 살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결과만 생각하고 있어요."

2019년 9월. 성혜정 씨는 객혈 증상 때문에 분당차병원을 찾았다.

김찬 교수는 "검사 결과 전이성 신장암 4기였고, 일반적인 신장암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진행을 보이는 상태였다. 신장암은 일반적으로 2~3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지만, 성 환자는 몇 달 사이에 갑자기 진행된 케이스다. 젊은 환자들에서 이런 경우가 나타나는데, 대개 증상이 많지는 않다. 소변 시 피가 나오거나 배가 아파서 CT를 찍었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혜정 씨가 첫 치료부터 '옵디보-여보이'의 병용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보다 나은 효과를 위해서였다.

CheckMate-214 임상에서 보여준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결과가 그 근거다. CheckMate-214 임상은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 3mg/kg와 여보이 저용량(1mg/kg)의 병용요법과 수니티닙을 비교했다.

본 임상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독립 방사선 검사 위원회(Independent Radiographic Review Committee, IRRC)가 평가한 IMDC 중등도 및 고위험군(Intermediate/Poor Risk) 환자 대상 전체 생존기간, 객관적 반응율(완전 반응(CR)+부분 반응(PR))과 무진행 생존기간 이였으며,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의 계획적 중간 분석에서 옵디보와 저용량 여보이 병용요법은 수니티닙 대비 유의하게 전체 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입증해 조기 종료된 바 있다.

25.2개월 추적 연구 결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수니티닙 대비 사망 위험을 37% 감소시켰다. 생존 개선 혜택은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간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수니티닙 투여군은 26.0 개월이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42%, 수니티닙군은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반응기간 중간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수니티닙은 18.2 개월로 나타났다.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은 11.6개월이었으나, 수니티닙 투여군은 8.4개월 뿐이었다.

아울러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수니티닙 대비 3,4 등급의 이상 반응 발현율이 더 낮았다.

32.4개월 추적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그 결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수니티닙 대비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 중간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수니티닙 투여군은 26.6개월이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42%, 수니티닙군은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찬 교수는 "100군데 이상 전이가 된 고위험군인 성혜정 씨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반응도, 결과도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완치 가능성까지 고려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선택하게 됐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완전반응률이 11%다. 타 병용요법에서 약 6%인 것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은 셈이다. 충분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치료했고, 다행히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첫 투약을 받고 변화는 환자가 먼저 체감했다. 성혜정 씨가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엔 전신 뼈에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며, 고열이 지속됐다. 그렇지만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3주 후부터 증상이 많이 완화됐고, 치료 6주 후 찍은 CT사진에서 암이 많이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70세 이상 고령환자의 경우 옵디보-여보이 투여 시 부작용을 고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고위험도/중등위험도의 신장암을 가지고 있는 젊은 환자에서는'옵디보-여보이 병용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옵션이다"고 말했다.

많은 의사들이 치료 목적이 단순한 연명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완치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옵디보-여보이가 다른 치료옵션보다 더 장점이 있다고 꼽았다.

김 교수는 "최근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아직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답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젊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에 대해 추천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 나의 사례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이쯤되면 고민이 된다. `옵디보-여보이`와 같은 병용요법이 신장암에서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도 해당 옵션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장암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비급여 상태다. 그나마 성혜정 씨는 의료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던 터라 비용적인 부담이 덜했지만, 그 역시 처음 치료비용을 들었을 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성혜정 씨는 "나는 다행히 100% 실손보험 보장이 된다. 그러나 내가 실비보험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용을 들었을 땐 깜짝 놀랐다. 모두 보험이 되면 참 좋을텐데 그게 아니라면 너무나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나 또한 실비 보장 횟수가 끝나면 치료비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 교수는 실손보험 조차 없는 환자들은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제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왔다.

김 교수는 "적어도 면역항암제가 신장암 분야에서 기존 치료 관행을 뒤엎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신장암에서 면역항암제는 새로운 치료가 아닌 '표준 치료'라고 볼 수 있다. 모든 환자들이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고려할 수 있는 단계다. 그렇지만 비용적인 부분은 여전히 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항암제 급여 여부는 가치 기반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보통 3개월이면 반응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로 3개월 정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되, 반응이 있으면 사용을 지속하고 반응이 없으면 사용을 중단하거나 환자에 따라 선별적으로 기회를 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성혜정 씨는 "부작용이 모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를 믿고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치료를 선택했다. 설사 부작용이 발생한다 해도 암 보다 무섭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김찬 교수도 "부작용은 암이 치료되면 사라지지만, 암은 치료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그는 "성혜정 씨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더라도 완치 가능성이 높은 옵디보-여보이 병용 치료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 치료 3개월 내에 관련 부작용들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데, 그 시기를 무사히 넘긴 상태라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성혜정 씨는 자신의 사례가 다른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김찬 교수는 유독 내 상태나 의견에 굉장히 귀 기울여 줬다. 그래서 그와 함께하면 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환자와 의사의 유대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디파나뉴스는 성혜정 씨에게 '희망뉴스'의 공식 질문인 앞으로의 '목표'와 '꿈'에 대해 물었다.

성혜정 씨는 "아이들이 현재 예비 고등학생, 중학생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계속 보고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또 남편과 손잡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병원에 매번 함께 동행하고 있는 성혜정 씨 남편도 "아내와 바라는 것이 같다. 아내가 완치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고 싶고, 아내와 아이들이 결혼하는 모습, 손자들이 커가는 모습까지 보고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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