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효과 직접 눈으로 확인②‥'폐암 어벤져스'가 본 치료 연대기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뇌 전이 환자에게도 쓸 수 있는 '치료옵션'에 큰 의미‥1차 치료제로의 가능성도 주목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7-24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폐암`은 최근 10년간 치료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는 질환이다.

이중 폐암 환자의 치료에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00년대 초에 발견된 EGFR 돌연변이이다. 이 돌연변이는 강력한 발암인자(oncogenic driver)로 작용하면서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지배한다.

그러나 오랜 연구를 통해 EGFR tyrosine kinase inhibitor(EGFR-TKI)가 개발됐고, 이 강력한 표적치료제로 인해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의 생존율은 2-3배 이상 향상됐다.

EGFR 표적치료제는 1세대 아스트레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와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가 있으며, 2세대 EGFR 억제제 약물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아파티닙)'까지 등장하면서 보다 넓은 치료옵션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1, 2세대 EGFR 표적항암제는 매우 효과적인 약이나, 약 10-12개월 정도 지나면 대부분 내성이 발생했다. 결국 모든 표적치료제는 `내성 발현`이라는 공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최근까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가장 최근 등장한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EGFR-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다. 타그리소는 1, 2세대 EGFR TKI에 실패하고, 재조직검사에서 `T790M`이 나온 재발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T790M 변이는 EGFR 돌연변이 환자들의 약 50-60% 정도, 대략 연간 700-800명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타그리소는 국내에서 1년 이상의 급여 협상을 거치다가, 지난해 말에 비로소 보험적용이 되었다.

타그리소의 임상데이터는 이미 출시 전부터 주목을 끌었는데, 해당 임상에 한국인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 치료가 어려운 '중추신경계 전이(Central nervous system)' 환자에서도 반응이 높았다는 점, 투약 환자의 반응률이 좋았다는 점 등이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메디파나뉴스는 환자들로부터 세브란스병원 '폐암 어벤져스'<사진>로 불리우는 조병철, 김혜련, 홍민희 교수를 만나 타그리소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 임상데이터 공개되자마자 '관심'받았던 3세대 폐암신약

타그리소는 흔히 EGFR 3세대 약제라고 한다. 앞서 사용하는 1, 2세대 표적치료제는 환자마다 발생 시기가 다르지만 언젠간 내성이 발생한다. 타그리소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유일한 '옵션'이다.

전문가들이 타그리소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임상데이터`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3상 임상시험 AURA3로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최종승인을 획득했다. 해당 임상에는 전체 419명의 환자 중 72명의 한국인 환자(17%)가 참여했다.

조병철 교수는 "어떤 치료제든 내성이 없는 약은 없다. 타그리소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내성이 발현하기까지의 기간이 두 배 정도 길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환우분들이 독성이 비록 심한 약일지라도 약을 오래 투약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타 치료제 대비 두 배 이상 반응이 지속 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민희 교수 역시 "타그리소는 이제까지 사용해본 EGFR을 포함한 기타 표적항암제 중에서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확실한 약으로 생각된다. 많은 환자들이 과거 복용하던 EGFR 억제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는 이미 리얼월드데이터(Real-world study)인 ASTRIS 연구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3상 임상시험 결과와 반응률이나 이상사례 발현율에서 비슷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인 환자가 전체 환자의 30%(총 466명)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타그리소의 가장 큰 강점은 뇌전이 등 중추신경계(CNS) 전이를 동반한 환자에게도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이다. 폐암환자 중 암 세포가 뇌에 전이된 환자는 그 비율이 무려 40%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타그리소는 표적항암제 중 최초로 뇌-연수막을 통과해 암 세포에 작용하는 치료제다.

만일 중추신경계로 암이 전이가 된다면, 일반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평가된다. 뇌에 전이가 있다면 전뇌 방사선 치료도 하나의 대안이기는 하지만, 이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뇌 세포까지 건드리기 때문에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이 감퇴할 수 있다. 나이가 젊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덜하나, 연령이 높을 경우 감퇴 수준은 심해진다.

김혜련 교수는 "머리와 몸이 나눠지는 혈액-뇌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라는 장벽이 있는데, 대부분의 약들은 보통 이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 그런데 타그리소는 뇌까지 침투력이 좋아 효과적이고 농도도 굉장히 높다. 이는 연구를 통해 모두 증명된 사실이다"고 말했다.

조병철 교수는 "최근 ALK 치료제 중 뇌 전이에도 효과가 좋은 약제가 나오고 있긴 하나, 그동안에는 타그리소만큼 잘 투과하는 약제는 없었다. 물론 더 좋은 약제가 나와야 하겠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치료제들이 '내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면, 이는 타그리소도 마찬가지일 터.

조병철 교수는 "표적치료제의 내성은 평균 18개월 정도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보다 더 오래 약을 투약하는 환자들도 많다. 현재 내성 발생 기전을 연구하며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내성 발현 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은 매우 중요한 연구다"고 말했다.

◆ `3세대 폐암신약`으로 보는 여러 가능성
 
 조병철, 홍민희 교수

위에서도 언급됐듯, 타그리소는 `T790M` 내성 환자 및 CNS 전이에 있어서도 강점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타그리소가 FLAURA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치료제로 제대로 반응했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앓는 성인 환자가 그 대상이다. 

FLAURA 임상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상피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비소세포폐암 환자 556명을 표준치료군(277명)과 3세대 항암제치료군(279명)으로 나눠 생존율과 부작용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임상시험군의 평균 나이는 64세였으며, 인종 구성은 백인 36%, 동양인 62%, 기타 1%였다.

현재 1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는 '이레사'와 '타쎄바'가 대표적이다. FLAURA 임상에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8.9개월을 나타내며 비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10.2개월 보다 두 배 가까운 연장을 보였다. 사망 위험 역시 37% 가량 줄어들었다는 보고다.

이를 토대로 타그리소는 이미 해외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상태.

그렇다면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치료에게, 왜 3세대 EGFR 억제제를 먼저 사용해야 하는걸까?'

이에 대해 홍민희 교수는 더 오래 반응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아주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1, 2세대 표적치료제의 효과는 평균적으로 10개월이 유지된다. 이후 T790M이 확인되면 타그리소 치료로 10개월 가량이 더 진행되는 것인데, 이를 모두 합해보면 환자는 약 3가지의 치료제를 투약하면서 20개월 정도 반응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타그리소를 1차로 사용하면 19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보인다.

홍 교수는 "1세대 약을 사용하면 질병 진행 시 20~30% 정도의 환자가 컨디션 난조로 다음 치료를 받지 못한다. 또한 조직검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불가한 환자도 10명 중 2~3명 정도로 확인된다. 결국 조직검사가 가능한 환자가 전체 중 60% 가량 되는데, 그 중에서도 T790M이 확인되는 환자가 50% 정도 된다. 실제로 1세대 억제제를 복용하다가, 타그리소를 사용하는 환자는 전체 중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많은 의사들은 첫 치료제가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다고 평가한다.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좋으면 그 다음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 반대로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나쁘다면, 후발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홍 교수는 "첫 치료의 방향이 중요한 것도 반응률이 높은 약을 써야하는 이유다. 또 타그리소는 부작용과 관련해 훨씬 더 우월하다. 그리고 뇌 투과율이 높다는 점도 1차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와 같이 여러 관점을 고려 시, 처음부터 3세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이런 트렌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타그리소를 1차로 사용하다 내성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다. 타그리소는 그동안 1세대, 2세대 EGFR 치료 내성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신약이었다. 그런데 이 3세대 약제를 1차로 쓰게되면 그 다음 옵션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조병철 교수는 내성 이후의 옵션은 타그리소를 1차로 쓰거나 안 쓰거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임상연구 이외에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유일한 옵션이다. 다만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EGFT TKI를 쓰다가 타그리소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질병이 진행되고, 내성이 생기게 되면 세포독성 항암제 밖에 대안이 없다. 타그리소를 1차 약제로 쓴 후 병이 진행한 경우에만 세포독성 항암제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폐암 어벤져스팀은 기본적으로 환자 치료는 `개월 수`를 따지는 단순한 `수학적 계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환자는 내성이 생기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환자의 전체 치료 기간을 봤을 때, 상당 부분의 내성을 경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아울러 폐암 환자들은 2박 3일에 걸쳐 입원 후 몸에 칼을 대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조직검사를 앞둔 환자들에게는 한번도 진행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무서움,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그 중 조직검사를 못하는 환자가 있고, 조직검사를 하더라도 T790M이 확인되는 환자는 50% 밖에 안 된다.

조병철 교수는 "여러 요소와 변수를 고려해보면,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내성 발현 전까지 최대한 치료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이에 1차 약제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계속해서 변화하는 '폐암 치료'‥더 나은 치료 결과가 목표]
 
 김혜련 교수
폐암은 늘어난 치료옵션으로 인해 '맞춤치료'라는 목표에 다가서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많이 체감하는 것은 의사들이었다.

김혜련 교수는 "1세대 약제는 매우 좋은 약이었으나,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내성이 생기면 세포독성항암 치료밖에 없던 시대도 있었다. 이제는 1세대부터 3세대 약제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생존이 정말 많이 개선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래에서도 심각하고 어두운 이야기만 하는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EGFR 변이로 확인이 되면 생존기간을 30개월 이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에 환자들과 치료 시작에서부터 3년간 치료를 함께하는 입장에서 동반자적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타그리소는 뇌 전이가 있는 환자에게 '써볼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김혜련 교수는 "내성이 있거나 뇌 전이가 생기는 경우, 환자들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진다. 인지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행이나 식사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제는 T790M 변이가 확인되면 타그리소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빙고'를 외칠 수 있게 됐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폐암 어벤져스팀은 타그리소를 복용 후 1~2주 만에 환자가 걸어서 외래를 보러 오는 등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직접 몇번이나 확인했다. 반응률이 좋은만큼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보이는 것도 의사로서 굉장히 자부심이 느껴지는 임상적 변화라고.

김혜련 교수는 "특히 뇌 전이가 있는 경우, 죽을 고비를 넘기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호전 상태를 함께 지켜본다는 것이 의사 입장에서 정말 감동적이다. 이전에는 좋은 약제가 나와도 머리에 전이가 있는 경우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환자들을 보며 약제의 중요성과 효능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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