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파자로 15개월 이상 효과 보고 있어요"②‥BRCA 변이 난소암 환자, 급여 기간 제한에 입 열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투여기간 15개월까지 급여기준 무의미‥치료효과 좋은 환자들조차 경제적 부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9-11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현재 난소암 판정 후 '린파자(올라파립)' 유지요법으로 30개월 이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원영란 씨<64세>는 최근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지난해 10월, 급여가 된 린파자의 조건은 백금계 항암제 완료 후 8주 이내 투여 및 투여기간은 `15개월까지`만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투여기간 제한 없이 장기간 유지요법으로 급여가 인정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붙어있다.

이렇게 되면 원영란 씨처럼 장기효과를 보고 있는 BRCA 유방암 환자들은 내년 초부터 또 다시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가야한다.

원영란 씨는 "15개월 급여 이후엔 린파자를 더 이상 복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에게 죽음을 의미한다. 다시 그 힘든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린파자는 난소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기간을 연장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 후 그 효과를 오래 유지시켜줘 장기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BRCA 유전자 이상을 포함해 '유전 요인'이 난소암 발생 원인이 되는 경우는 10~15%라고 알려져 있다. 15개월이라는 급여기간을 풀어 놓더라도 건보재정에 큰 영향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

◆ BRCA 유전자 변이 환자, 소수이지만 '가족력' 있어
 ▲ 원영란, 이정현 씨 부부와 김병기 교수

국내에서 난소암 5년 생존율은 64.1%로 여성암 중 가장 낮으며, 항암 치료 후에도 1년 혹은 2년 후 75% 이상이 재발 하게 되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내 BRCA가 환자들은 힘들게 급여가 된 치료제를, 또 한번 기한을 두고 맞아야하는 애로사항에 직면해 있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난소암이 발병할 위험이 최대 40배 높다. 그런데 이 BRCA 유전자 변이는 '가족력'이 있다.

한 예로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상피세포 난소암 중 10~15%가 유전성이며, 이중 90%가 BRCA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가족력을 우려한 나머지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도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 2015년 복강경을 이용해 난소와 나팔관 절제를 시행했다.

그런 점에서 린파자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군에서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11.2개월로 위약군의 4.3개월에 비해 2.6배 높은 무진행 생존율(PFS)을 나타내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전체 생존율(OS) 중간값은 34.9개월로, 위약군 30.2개월보다 사망위험이 38% 낮았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치료옵션이 현저히 적었던 난소암에서 BRCA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린파자의 등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교수는 "린파자의 허가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은 못 쓰지만,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는 쓸 수 있는 옵션이 하나 생겼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런데 BRCA 유전자 변이는 유전 가능성이 높아 가족 간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BRCA 유전자 변이는 안젤리나 졸리처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적절히 관리한다면 건강히 지낼 수 있다.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알게된 이상 본인과 자녀의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확률적으로 환자 자녀 2명 중1명이 BRCA 돌연변이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난소암에서의 BRCA testing의 중요성을 인정해 2012년부터 보험을 인정했고, 최근에는 NGS의 도입으로 유전자 변이를 식별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 BRCA 변이 환자 옵션 제한적‥"린파자 15개월 급여기준 해소되어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현재 원영란 씨는 1차 항암치료, 그리고 케릭스를 포함한 성공적인 2차 항암치료를 받고, BRCA 돌연변이를 확인한 후 '린파자'로 유지요법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난소암은 첫번째 항암치료 후 평균 13개월에 50%가 재발한다. 두 번째 치료 후에는 4.7개월로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린파자의 STUDY 19 임상에서도 2차 항암치료 후 4.4개월에서 절반이 재발했다. 다시 말해, 항암치료 차수가 많아질수록 재발 주기는 짧아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는 환자들에게 치료가 끝났더라도 5개월 후 재발해 새로운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 가능성이 50% 정도다. 하지만 원영란 환자의 경우 린파자 복용으로 아무런 진행없이 벌써 30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제대로 항암효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린파자 사례처럼 두 번째 치료의 무진행생존기간이 첫 번째보다 긴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이다. 원영란 환자의 경우 1차 항암치료보다 약 5배에 달하는 무진행생존기간을 갖고 있는터라 굉장히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파자를 복용한 뒤의 변화는 원영란 씨가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원영란 씨는 "2차 수술 후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2차 항암치료 후 린파자를 복용하면서 일상생활로 복귀했을 때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항암치료에서 흔한 부작용 중 하나인 탈모나 혈소판 감소도 없이 30개월을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영란 씨는 2016년 2월 23일부터 린파자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린파자를 복용 했을 당시엔 급여가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한달치 약값이 수백만원이었다면, 지난해 10월부터 급여가 적용된 이후에는 30만원 안팎으로 본인부담금이 줄었다.

그러나 급여가 적용된 린파자는 백금계 항암제 완료 후 8주 이내 투여하며 투여기간은 `15개월까지`만 인정되고 있다.

원영란 씨처럼 약효 유지가 잘 돼 15개월 이상 유지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아쉽기만 하다.

원영란 씨의 배우자인 이정현 씨는 "15개월 보험 급여 기간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난소암 환자들이 린파자를 복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소암이 무섭고 혹독한 암인데도 불구하고 15개월로 급여를 제한한다는 것은 죽음의 절벽으로 환자를 밀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약이더라도 모든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적절한 환자(right patient)를 대상으로 적절한 시점(right time)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린파자는 BRCA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다. 린파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11개월 이상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일부 환자들이 린파자로 15개월 이상 유지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외면한다는 것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역행하는 것이다. 약의 효과를 보고 있는데 복용을 끊으라는 것이야말로 넌센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BRCA 변이 환자들은 린파자로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 급여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 게다가 유전자 변이 환자가 난소암 환자의 10~15% 정도이므로 린파자 급여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지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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