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넘어 이제 'SMA 정복'을‥ 바이오젠의 '무한도전'

[비하인드 씬] 영유아에서 성인, 무증상 신생아까지‥ 스핀라자, 생애주기별 임상 포트폴리오 구축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6-01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7년 말,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에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라는 최초의 치료제가 허가됐을 때를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 SMA는 정확한 환자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소외받던 희귀질환이다. 스핀라자 허가 당시, 기자와 만났던 한 환자 보호자는 2000 페이지가 넘는 소아과 전공서적에 SMA는 겨우 1페이지만 차지할 정도로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런 와중에 '최초'의 치료제가 나왔다니, 우리나라 SMA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희망'같은 소식이었다.

SMA는 온 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다. 영유아 유전적 사망원인 1위로, 생후 6개월 전에 발병하면 치료받지 않은 경우 대부분이 만 2세 전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으로 알려졌다.

발병 연령에 따라 생후 0-6개월은 1형, 7-18개월은 2형, 18개월 이후는 3형, 성인은 4형으로 구분한다.

국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질환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스핀라자의 허가와 급여를 기다렸다. 이에 보답하듯 스핀라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치고는 빠르게 신청 후 6개월만인 2017년 12월 허가, 2019년 4월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스핀라자는 5q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로서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을 받은 경우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된 경우 ▲영구적 인공호흡기(1일 16시간 이상, 연속 21일 이상)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모두 만족할 시에 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최초'의 SMA 치료제라는 타이틀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영유아에서 성인, 무증상 신생아까지생애주기별 임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나선 것.

이미 바이오젠은 SMA 1형을 대상으로 한 ENDEAR 임상과 SMA 2형, 3형 대상의 CHERISH 임상을 통해 생존율 및 운동기능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이를 통해 현재 스핀라자는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처방되며, 대표적인 SMA 치료제로 자리잡은 상태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워낙 적어 충분한 수의 환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바이오젠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스핀라자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좋은 평가 이면에는 이러한 노력이 깔려있는 셈이다.
◆ SMA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다, SHINE extension 임상

2019년 5월, 미국신경과학회(AAN)에서 알프레드 산드록(Alfred Sandrock) 박사는 발표를 앞두고 자신있게 말했다.

"스핀라자의 SHINE extension 연구는 진행되는 각 단계들의 SMA 환자들에게 새로운 장이 될 것입니다."

엄연히 말하자면, 이미 바이오젠은 스핀라자가 '최초' 치료제라는 점에서 SMA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런데 SMA는 `장기치료` 데이터가 부재했다. 그래서 바이오젠은 환자들이 장기간 스핀라자 투약에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SHINE extension` 임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SHINE extension 임상은 기존의 CS3a, CS12, ENDEAR, CHERISH, EMBRACE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연구다. 기존 연구에서 스핀라자를 투여 받았던 환자군 뿐만 아니라, 위약군 역시 스핀라자로 전환해 치료를 받았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최대 약 6년 간 진행된 연구에서 스핀라자는 지속적인 운동기능 개선 및 유지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하며 '장기치료'가 가능함을 알렸다.

또한 ENDEAR, CHERISH 임상부터 꾸준히 스핀라자를 투여 받은 환자들은 SHINE 연구부터 투여받기 시작한 환자들보다 치료 예후가 좋았다. 조기에 스핀라자 치료를 시작할수록,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 증상 발현 '전(前)' 환자도 효과를 본다, NURTURE 임상

바이오젠은 여기서 더 나아가 SMA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 즉 무증상기부터 스핀라자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을 시작했다.

SMA는 발병 원인이 정확히 알려져 있고 두뇌와 심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진단 받아 조기부터 치료하면 다른 희귀질환 대비 치료 예후가 상당히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이다. 

바이오젠은 이 부분을 증명하고 싶었다.

2019년 10월, 신경근육질환 대표 저널인 'Neuromuscular Disorders'에는 `NURTURE` 임상의 중간 데이터가 발표됐다. NURTURE는 SMA 증상이 발현하기 전 영아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이다.

연구 결과, 증상 발현 전 스핀라자를 투여받은 모든 영아는 영구적 인공호흡기 도움없이 생존할 수 있었다. SMA 1형 환자가 치료받지 않는 경우 만 2세 전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더 나아가 스핀라자를 투여한 모든 영아가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앉을 수 있었으며, 이 중 88%는 독립 보행이 가능해지는 등 정상에 가까운 영유아 운동 발달 지표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증상 발현 전 치료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SMA라는 질환의 특성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SMA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진행성 질환으로, 한 번 망가진 운동신경세포는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때문에 치료를 시작할 때, 회복 가능한 운동신경세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치료 예후를 좌우한다.

따라서 온 몸의 운동신경세포가 건강할 때,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면, 예후는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SMA는 아주 어린 신생아라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NURTURE 임상은 조기 검진으로 SMA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시작한다면, 생존 연장 뿐 아니라 정상 수준의 운동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SMA 환자들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과는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 소외받던 SMA 성인 환자도 스핀라자의 효과를, DEVOTE 임상

SMA는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아직 근육이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발한 SMA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평가된다.

반면, 성인기에 늦게 발병한 경우 기대 수명에 큰 영향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그동안 SMA 치료에는 상대적으로 성인 환자들이 소외되곤 했다.

그러나 성인 환자라고 SMA의 고통에서 빗겨가는 것은 아니다. 근육 약화 증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돼 성인도 운동기능이 떨어지고, 삶의 질 역시 자연스레 나빠진다. 일부는 보행 장애를 겪거나 휠체어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바이오젠은 스핀라자로 이러한 성인 환자를 포함, 전 세계 모든 유형의 SMA 환자들로 치료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9월 스핀라자의 새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DEVOTE`은 스핀라자 고용량 투여에서 더 높은 효능과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성인을 포함한 모든 연령의 SMA 환자 125명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성인 환자가 참여한 DEVOTE Part C는 1년 이상 스핀라자 권장용량(12mg)을 투여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스핀라자 50mg 고용량을 1회 투여한 후 4개월마다 28mg 유지용량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이 임상이 성공할 경우, 전 SMA 연령대에서 치료 데이터를 확보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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