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단해도 환자"‥혈액학회, 산정특례 재등록 개선 촉구

유전자 미검출이어도 암세포 잔존 가능‥"TKI 복용 여부로 자격 제한은 부당"
"재정 아낀다며 오히려 약 계속 먹게 해"…환자·보험 모두에 불합리한 구조
CML 외 다발성골수종·급성백혈병 등도 동일 문제‥"5년 일률 기준 폐기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0 14:3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혈액학회가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등 혈액암에 적용되는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이 치료 지침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학회는 2018년 기준 개정 이후 여러 차례 공식 경로를 통해 현 제도의 비합리성을 지적해 왔으며, 2019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차 의견서를 제출하고 2020년에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관련 논문을 근거로 보완 자료를 회신하는 등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제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CML의 표준 치료는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미국 NCCN, 유럽 ELN 진료지침에 따르면 imatinib, nilotinib, dasatinib 등 TKI는 암세포의 분열은 억제하지만 백혈병 줄기세포까지 제거하지는 못해 평생 복용이 원칙이다. 유전자 검사(BCR-ABL1) 결과에서 '미검출'로 나타나도 체내에 암세포가 잔존할 수 있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골수검사, 염색체검사, 유전자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환자는 여전히 항암 치료 중인 '암환자'로 간주돼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산정특례 제도는 치료 5년 경과 후에도 조직학적으로 암이 확인되지 않으면 재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학회는 "이러한 기준은 CML의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 전략을 왜곡할 뿐 아니라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서 깊은 분자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을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 치료 중단(Treatment-Free Remission, TFR)을 시도할 수 있다. 그렇지만 TKI 중단 후 2년 이내 분자 재발이 50% 이상 발생하는 만큼, NCCN도 TFR 환자에 대해 매월 유전자 검사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제도는 TKI 복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아 약을 중단한 환자는 산정특례 재등록에서 제외되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경제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TKI의 연간 약제비가 1인당 약 2000만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구조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학회는 "정기적 유전자 검사를 통한 관리가 장기적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다"며 "TKI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암환자로서 재등록이 가능해야, 환자와 의료진이 임상적으로 타당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CML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발골수종,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골수증식종양 등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후 유지요법을 받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나, 수년간 경구 항암제를 복용해야 하는 소아청소년 환자 역시 조직검사로 암을 확인하기 어려우나 치료는 지속돼야 한다.

학회는 "이러한 혈액암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한 시간 경과 기준이나 조직학적 재검만으로 재등록을 제한하는 방식은 절대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회는 획일적인 '5년' 기준을 재발 시점 중심으로 유연하게 조정하고, 치료 지속 여부와 유전자 검사 등 임상적 판단을 반영한 재등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학회는 "지금의 구조는 침습적이고 고비용인 검사만을 강제해 환자 부담을 키우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양산하는 제도적 왜곡"이라며 "환자 중심의 합리적 제도 운영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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