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비만 치료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약'과 '미용 소비재'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 시장은 동반질환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DS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비만 치료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며 시장 개편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제기했다.
내년부터 비만 치료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GLP-1 출시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다. 올해 연말 노보노디스크 'Oral semaglutide'와 내년 8월 일라이 릴리 'Orforglipron' 등 경구제가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며, 주사제로는 노보노디스크 복합제 'CagriSema'가 내년 1분기 허가를 신청할 전망이다. 기존에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 '젭바운드'가 양분하던 시장에 경구제와 주사제가 추가되면서 가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7년부터는 미국에서 IRA(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에 따른 위고비 약가 인하도 예정돼 있다. IRA는 메디케어 지출 상위 품목에 대해 약가를 인하하는 것으로, 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인 오젬픽과 위고비, 리벨서스가 IRA 목록에 등재됐다. 협상 가격은 오는 11월말 이전 발표될 예정이나, 1차 IRA 약가 인하율이 37.6~78.6%까지 광범위했다는 점과 위고비 보험 가격과 DTC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하율이 5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제네릭 출시 역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도즈 등 복수 제네릭 업체가 캐나다에서 위고비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산도즈의 경우 캐나다 위고비 가격이 60~70% 인하될 예정으로 밝혔다. 캐나다 위고비 가격에 70% 인하를 적용하면 109 캐나다 달러로, 한화 11만원 수준이 된다. 이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이 맞닿아 있어 약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에서도 내년 3월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출시와 가격경쟁, 약가 인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DS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세 가지 원인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될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가 시장 분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보험 시장과, 가격 하락이 수요를 폭증시킬 수 있는 미용 시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비만 치료제 개발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보험 적용을 위해선 질환을 입증해야 해 단순한 체중 감소율보다는 '동반 질환'에서 필요로 하는 바이오마커 달성 수준이 GLP-1 가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반질환은 임상 근거가 높은 질환과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으로 나뉜다. 임상적 근거가 확보된 심혈관, 신장질환, 고혈압 등 대사성 동반질환은 선발주자가 경쟁 우위를 굳히고 있고, MASH, 알츠하이머, 골관절염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은 신 시장 창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초창기 극단적인 체중 감소율 경쟁은 한정적으로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극단적 체중 감소율이 필요한 환자는 BMI 40 이상 초고도비만 환자 대상으로 한정되며, 이 같은 환자에서도 급격한 체중감소는 이롭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향후 보험시장에서 GLP-1 경쟁은 시장성 높은 동반 질환 우선 선점이 시장점유율 확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후발주자의 경우 투여 경로, 빈도, 안전성 등 질환 특성에 따른 차별화가 이뤄져야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미용 시장은 소비재 시장으로, 가격 하락이 시장 확대를 이끌고 가격 경쟁력이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등장한 DTC(Direct-to-Consumer) 시스템이다. 보험 청구를 거치지 않고 제약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현금 기준 약가 프로그램이다. 일라이 릴리는 ' LillyDirect'를 통해 젭바운드를 용량에 따라 349달러에서 1049달러에 판매하며, 노보 노디스크는 'Novocare'를 통해 위고비 전 용량을 4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DTC 시스템은 보험 과정을 생략하고 소비자에게 현금 기준으로 판매해 공개된 단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상품 가격을 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DTC 시장 주요 대상자인 비교적 경미한 비만이나 미용 수요층은 일정 수준 이상 체중 감소가 필요하지 않아 효능보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가격 투명성 역시 가격 민감도를 높인다. 실제 최근 일라이 릴리가 영국에서 젭바운드 가격을 170%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위고비 판매량이 500~600% 증가하며 미용환자 가격 민감도를 확인했다.
미용 시장에서 가격 다음 핵심 요소로는 투약 편의성과 내약성을 꼽았다. 배송이 편리하고 환자가 손쉽게 투약할 수 있는 편의성이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김민정 DS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는 생활형 소비의 폭발적 증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가격 장벽이 낮아질수록 의료적 수요뿐만 아니라 체형 관리와 미용 목적 대중 소비층까지 유입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쟁 심화와 가격 인하에도 비만 치료제를 통한 제약사 이익은 증가할 것이란 점도 짚었다. 지난해 발간된 'Estimated Sustainable Cost-Based Prices for Diabetes Medicines'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비용 기반 경제성 평가 결과 GLP-1 세마글루타이드 원가 기반 가격은 오젬픽의 경우 월 0.81~3.53달러, 리벨서스는 월 27.9~59.4달러 수준이다. IRA에 따라 위고비 가격이 현금가 499달러 대비 50% 이상 인하되더라도 98% 이상 고마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가격 하락이 미용 시장에서 폭발적 수요 상승을 유도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급격한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가 획득하는 총 이익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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