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응집소병 치료제 급여화 시급…건강권 보장해야"

이개호 의원 주최 '건강보험제도 '고가 장벽'에 가로막혀"
환자들 "치료 포기 아닌 희망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시민단체 "희귀질환 환자의 건강권 확보는 국가의 책무"
정부·심평원 "급여화 필요성 공감…합리적 약가 전제돼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17 05:57

(왼쪽부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정진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문가와 환자들이 극희귀질환인 한랭응집소병(CAD) 치료제의 급여화를 통해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국정과제 기조에 맞춰 국가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 포기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의료비 부담 완화와 절차 간소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희귀질환자의 건강권 보장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며 극희귀질환 환자들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 개선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개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유병인구가 극소수라 진단과정이 복잡하고 질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극희귀질환의 경우 지원이 절실함에도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한랭응집소병의 경우 에어컨 바람 정도의 환경에서도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져 긴급수혈이 필요할 정도의 극희귀질환이지만 국내 유병인구는 180여명 정도에 불과해 의료수요 미충족이란 이유로 치료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극희귀질환 환우라도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희귀질환지정제도의 개선 및 급여화 등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희귀질환자 치료 환경 및 건강권 보장현황'을 발제로 한랭응집소병(CAD : Cold Agglutinin Disease) 사례를 중심으로 "CAD 환자는 국내에 100명~18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희귀질환으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자신도 무슨 병인지 모른 채 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팠던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즉 완전히 삶을 바꾸는 치료제다. 하지만 '엔제이모(Enjaymo, 성분명 수팀리맙, sutimlimab)'는 허가는 됐지만 고가의 약제로 급여화가 되지 않아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치료제가 있고 환자 수는 제한돼 있고 본인이 어떤 말을 하기도 어려운 극희귀질환 환자들은 국가가 보호해주는 것이 맞다"며 "CAD 치료제를 별도의 트랙으로 빠르게 급여화해야 한다. 또 연령에 관계없는 치료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랭응집소병은 극희귀질환으로, 현재는 별도의 상병코드조차 없는 상황으로 올해 신규 신청에 따라 심의 중인 상태다. 이 질환은 혈액 또는 골수에서 관찰되는 특징적 저등급 B세포 림프증식성 질환으로, 평균 60대 중후반에 발병하며 극심한 피로감과 빈혈, 혈전증, 용혈,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장 교수는 "희귀하다고 포기하지 않고 난치라고 외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CAD 급여화를 재차 촉구했다.

이어 CAD 환자들도 토론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한 환우는 "첫 시작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감과 심한 숨 가쁨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더 악화됐다. 하루 종일 숨 쉬는 모든 순간, 잠잘 때조차 마치 달리기를 하는 사람처럼 숨이 차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은 무너졌다"며 "에어컨이 나오는 지하철이라도 타려면 긴 바지와 두꺼운 잠바에 스카프까지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또다시 위험한 상태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일부터 요구르트 같은 음식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야 한다"며 "저와 같은 환자들이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장벽 때문에 무너지지 않도록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치료제 급여화를 호소했다.

또 다른 환우는 극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 조차 알지 못해 진단 지연을 겪었으며 진단 이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일상을 포기한 채 생활고를 겪던 중 정부 과제를 통해 CAD 치료제인 엔제이모 처방을 받아 치료 전과 후에 완전히 바뀐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CAD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환자들의 절박한 호소 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정진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경제적 수준에 걸맞은 국가 책임성을 강조했다. 세계 13위 경제 규모의 국가라면 극소수 환자의 어려움을 먼저 챙기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치료제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제는 환자에게 단순히 의약품이 아닌 살고 죽는 문제이며 생명줄이다. 삶의 질이 걸려있는 문제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에도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희귀질환의약품 및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신속 추진을 담고 있다. 이는 약속이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희귀질환자의 건강권 보장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사진=김원정 기자
전문가와 환자들의 요구가 이어진 후 정부와 심사기관은 신속한 급여 적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약가협상과정에서 합리성과 지속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희귀·난치 질환자의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기존에는 신약 허가 후 심평원 급여 평가, 건보공단 약가 협상이 순차적으로 이뤄졌으나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이 과정을 병행하는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을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아직은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많은 품목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복지부에서 정책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수가 적거나 약제가 고가라서 소외시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급여화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제약사가 제출한 금액과 자료를  검토해서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처음에 등재되는 금액이 타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토론회에서 언급된 CAD 환자의 치료제인 엔제이모의 경우 제약사에서 신청을 취하했다가 다시 접수돼 현재 재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정부는 '희귀·난치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담았다. 어느 정부 때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과제로 수행하려고 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의료비 부담 완화 측면과 절차적인 측면에 있어서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신속하게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설명한 것처럼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을 진행 중으로, 이 시범사업의 제도화를 서두르고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