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EMR 인증제'‥동기 부여 방법은 국가적 '인센티브'

진료데이터 표준화 작업, 병·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 확대 필수적
해외 주요 국가,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2-20 11:3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는 2020년 6월부터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 보장,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병원과 의원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다.

해외에서는 이 난관을 '국가적 인센티브'로 해결했다. 진료데이터 표준화 작업에 핵심적인 병·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지원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병원과 의원의 전자의무기록 인증제 참여 확대를 위한 해외 사례 고찰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이하 EMR)은 한 의료기관 내에서 생성·관리되는 환자 진료 관련 정보의 전자기록을 의미한다.

한편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이하 EHR)은 국가적으로 인정되는 상호 호환성의 표준에 맞는 형태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나온 환자의 진료 관련 전자기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EMR 시스템 도입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건의료정보화 실태조사'에서 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EMR 도입 비율은 전체 93.9%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96%, 병원 90.5%로 나타났다.

그런데 EMR 제품의 차이로 인해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공유 측면에서 활용도는 낮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 6월부터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EMR 시스템의 국가 표준을 세워 인증을 하는 'EMR 인증제'를 도입했다. EMR 인증은 EMR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인증(제품인증)과 의료기관이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인증(사용인증)으로 나뉜다.

EMR 인증제는 개별 의료기관 내에서만 사용되던 진료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간 상호 호환이 가능한 EHR 형태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또한 EMR 인증제를 통한 데이터 표준화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진료정보 교류 사업과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 헬스웨이 시스템) 등에 따른 진료정보 활용 활성화, 국가 정보 교환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체 의료기관의 약 99%를 차지하는 병·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EMR 인증제 시행 이후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제품 업체의 수는 증가해 왔지만, 병·의원은 자발적인 참여보다 정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022년 7월 1일 기준, 사용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수는 총 3,921개이며, 제품인증을 받은 EMR 시스템은 83개였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과 달리 병·의원은 현재 개별적으로 사용 중인 EMR 시스템을 표준화된 형태로 바꾸기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으며, 인증제를 통한 혜택도 없어 자발적으로 EMR 인증제에 참여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4년부터 EMR 인증 여부를 의료 질 평가의 지표에 포함하기로 했으나, 이는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만 적용돼 병·의원의 인증제 참여는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의 병·의원 EMR 인증 참여 확산 정책은 두 차례의 병·의원 대상 EMR 제품 개선 및 개발 업체와의 한시적인 협력 사업에 한정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증 EMR 제품의 사용인증 확산 및 실증 지원 사업(2020년 8월-2021년 4월)'을 시행한 결과, 2021년 4월에 478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사용 인증을 받았다. 이후에 진행된 '병·의원 EMR 표준화 지원 사업'으로 3,000여 개의 병·의원이 EMR 인증제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전체 의료기관의 인증제 참여율은 현재 11% 수준이다. 특히 의료기관 중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병원(2.6%)과 의원(11.1%)의 인증제 참여율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보건정책연구실 건강보험연구센터 백주하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이는 병·의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단이 없다. 인증제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중소병원의 인증된 EMR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을 해 왔다.

백 연구원은 "해외는 중소병원 맞춤형 지원에 추가 재정 지원을 비롯해 교육·훈련 제공, 인센티브 제도 적응 지원, 제품 업체 선정 및 재정 상담, 기술 지원 등을 시행했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된 EMR 제품 업체와의 협력 및 인증된 EMR 도입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한 워크숍, 세미나 개최도 중소병원의 인증된 EMR 도입 확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가 표준에 맞는 EHR을 도입하고, EHR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지역확장센터(Regional Extension Center, 이하 REC) 프로그램으로 중소병원의 EHR 도입을 촉진했다.

2011년부터 추진된 EHR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미국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인 EHR 도입과 의미 있는 사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 관리 체계다.

REC 프로그램은 1차 진료의사와 소규모 병원, 농촌 지역 의료기관의 EHR 도입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조건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 62곳에서 운영됐다.

영국은 국가 정보기술 프로그램(National Programme for IT)를 통해 국가 주도의 하향식(top-down) 접근 방식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여러 반대로 인해 2011년에 폐지된 후 지역 중심으로 변환돼, 중앙정부로부터 상호 호환성에 대해 인증을 받은 개발 업체의 EMR 시스템 도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기존의 EMR에서 국가가 인증한 EMR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대만은 국가 EHR 교환센터를 통해 전국적 정보 교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EMR 표준화 및 확산 정책을 시행했다.

대만은 EHR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의료기관당 보통 8만~4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대형병원보다는 소형병원들에 더 많은 재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책을 설계했다. 소규모 1차 진료클리닉 2,000여 곳의 EHR 도입을 위해 제품 개발 업체에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으며, 개발된 시스템 비용은 낮게 책정해 다른 클리닉에도 적용했다.

호주는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EHR(Personally Controlled EHR, PCEHR)을 구축하다가 2016년에 '마이 헬스 레코드(My Health Record)'라는 시스템으로 개편하면서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으로의 전환을 함께 추진했다.

호주는 E-health 진료 인센티브 프로그램(Practice Incentives Program e-health Incentive, ePIP)을 통해 1차 진료 의사가 마이 헬스 레코드를 도입해 사용하도록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자격 조건이 충족되는 1차 진료 의사는 분기당 최대 1만 2,500달러를 지원받았다.

캐나다는 상호 호환이 가능한 EHR(Interoperable EHR, iEHR) 시스템 도입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총 25억 달러 규모의 국가 디지털헬스 사업(2001~2020년)을 추진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병·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 확산 노력이 EMR 개발 업체와 협력 사업을 진행한 것에 한정되며, 가장 중요한 확대 방안인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주요 국가들이 중소병원의 표준화된 EMR 시스템 구축을 위해 초기부터 상당한 재정 지원으로 인증된 EMR 확산의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위한 충분한 재정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백 연구원은 "국가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병·의원의 EMR 인증제 참여에 대한 재정 부담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 재정적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자원과 동기부여가 부족한 중소병원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백 연구원은 EMR 제품 개발 업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연구원은 "병·의원에서는 주로 제품 개발 업체가 만든 EMR 시스템을 구입·사용 중이고, 의원의 80%가 5개 주요 제품 개발 업체의 EMR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EMR 제품 개발 업체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병·의원의 인증제 참여가 늘었던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제품 개발 업체와의 협력은 EMR 인증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EMR 인증제 참여에 대한 병·의원의 실제적인 참여 주저 이유, 유인책을 찾고 그에 맞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통해 EMR 인증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증된 EMR 사용에 대한 혜택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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