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밤까지도 문여는 유일 소아전문병원, 응급만 남았다

의료 위기 해결 위한 열쇠, '전문병원'을 찾다 (상)
우리아이들병원·성북우리아이들병원 현장 취재
병원 곳곳서 치료환경 외 소아·부모 안전·마음 보듬고자 노력
진정한 의료 위한 노력 활발…소아 분야 정부 관심·지원 기대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4-03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전국 의료기관 중에서 보건복지부 전문병원 지정제도를 통과한 병원은 총 101개다. 이 중에서도 필수의료 분야에 중요한 한 축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 분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리아이들병원(구로)과 성북우리아이들병원 등 2곳만이 지정돼있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이 유일하게 갖는 남다름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안고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왼쪽부터) 우리아이들병원(구로),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전경
구로역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우리아이들병원 본원은 2013년 서울 서남권역 최초로 설립된 어린이병원이다.

병원은 설립 이후부터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 '지역사회와 연계한 진료'를 핵심 가치로 삼고, 개원 이후 꾸준히 진료영역을 넓혀왔다.

그 결과 병원은 현재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인근 여러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진료과목으로도 소아청소년과, 소아내분비과, 소아심장과, 소아영상의학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치과 등 다각화된 소아전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8년 서울 동북지역에 설립된 성북우리아이들병원도 마찬가지다. 본원과 동일한 비전과 미션으로 전문성을 넓혀나가면서 고대안암병원, 서울대어린이병원, 서울척병원 등과 협약을 맺은 상태다.

우리아이들병원 측은 "자발적인 호흡·맥박을 유지할 수 없는 환아, 24시간 이내 추가적인 침습적·광범위 개입이 필요한 환아가 아니면 모두 케어 할 수 있다"며 "2차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의료를 제공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상급종합병원과 협진할 수 있는 이송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기반이 됐다. 두 병원은 2020년 의료기관 인증평가 인증을 획득하고, 2021년 4주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개원된 지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인증평가와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병상 수, 환자 진료량 등 양적 측면과 감염 관리, 질 향상, 환자안전, 환자 진료, 의약품 관리, 시설 안전성, 진료 환경 등 질적 측면 등 수많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특히 우리아이들병원이 고수하는 간호사 1인 1실 기숙사는 전문병원에서 비교적 어려운 기준으로 꼽히는 간호사 근속연수를 통과하는 밑바탕이 됐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에도 우리아이들병원은 구조조정을 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직접 들여다 본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

직접 찾아간 병원에서는 전문병원으로서 갖춰야 할 여러 여건 외에도 곳곳에서 소아와 어린이를 배려하기 위한 세심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문구를 크게 걸어놓은 것은 오로지 아이만을 생각하는 병원 방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이 심리 안정을 위해 곳곳에 배치된 인테리어와 의료진·직원이 보여준 친절한 응대는 기본이었다.

이 때문일까. 주말도 아닌 평일, 진료 접수가 시작된 지 1시간 남짓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진료 접수자와 예약자, 대기자 등으로 외래는 북적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데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로 인해 일반적인 톤으로 대화하긴 어렵기까지 했다.
벽 곳곳에는 낙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없이 붙어있었다. 낙상은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사고 1위 원인으로 꼽힌다. 병원은 안내 표지판 외에도 낙상에 대해 설명하는 게시물을 입원실 부근에 걸어둬 환자 보호자가 안전에 유의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각 1인·2인 입원실에는 온돌을 깔아 침대 외에도 바닥에 앉아서 생활해 낙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고, 각 입원실마다 문을 달아 보호자와 환자가 편히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방문객과 환자가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모든 문에는 손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도 열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감염 전파를 차단·관리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사랑 듬뿍 시력표, 미술대회 수상작 전시, 모유수유실과 기저귀교환실, 환아 전용 화장실, 세스코 바이러스케어 시스템, 업무용 엘리베이터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났다.

우리아이들병원 측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라며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치료가 가장 우선이다. 전문병원은 이에 가장 특화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현 상황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성북에서는 성장내분비센터를 확장 이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고, 구로 본원에서는 현재도 시설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성장 건강, 발달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앱 '우아닥터'를 직접 개발·제작해 부모 육아를 지원코자 했고, 유튜브 채널 '우아프렌즈'를 통해 부모님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유용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접수를 시범운영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에 적극적인 점도 인상 깊었다.

또 최근에는 CJ프레시웨이, 엔젠바이오 등 점차 대외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아이들병원 측은 "이제는 의료 분야가 병원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만 역할이 국한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아청소년이 병원에 오기 전 건강한 상태부터, 병원에 와야 되는 시점, 귀가 후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전 과정을 케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료"라고 밝혔다.
아쉬운 전문병원 지원 정책…변화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직접 찾아간 우리아이들병원에서는 소아 영역 진료와 관리에 있어서 2차병원, 또는 일부 대형병원보다도 더 우수하다 평가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난 1월 말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는 주로 상급종합병원과 관련된 정책 등이 담겨 전문병원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다소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일부 전문병원이 나서서 '의료질 평가지원금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투자 일부조차 회수하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해왔음에도, 정부는 이번 정책에서조차 여전히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전문병원 지정 기준이 점차 상향되고 있어 지속적인 시설 및 인력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우리아이들병원이 필수의료 주요 영역으로 꼽히는 소아 분야 전문병원인 점, 국내 소아 분야 전문병원이 전국에서 2곳에 불과한 점 등은 정부 지원이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할 명분으로 충분하다.

현장에서 확인된 우리아이들병원에는 응급실이 없었다. 특성상 응급실은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필요로 한다. 이미 우리아이들병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담이 큰 야간 진료까지 감당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지원 없이 오후 10시까지 병원 문을 열어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야간 진료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까지 운영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무리다.

정부가 요구하는 '응급 단계에서부터 최종 치료까지 이어지는 의료체계'를 확대·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병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최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별도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 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조만간 필수의료 지원 추가대책에선 기존 중소병원 인프라를 고려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진료과목에 따라서는 해당 병원이 맡아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특히나 소아 영역은 소방서와 같이 필수 기관으로 둘 필요가 있다. 유일한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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