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심각한 저출산, '임산부 치료'도 놓치지 말아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07 06:00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국내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었으니, 상황은 크게 나아질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존재하는 사각지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 위기 속에서 임신을 결심한 여성들의 치료적 혜택에는 무관심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한 예로 임산부의 70~85%가 경험하는 입덧 대응 치료제는 지금까지도 비급여다.

입덧약은 독시라민(독시라민숙신산염) 10mg과 비타민 B6(피리독신염산염) 10mg으로 구성된 복합제제다. 초회 용량으로 1일 1회 2정을 취침 전에 복용하며, 증상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다면 하루 3회에 걸쳐 최대 권장량 4정까지 복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9개의 제약사들이 입덧약을 공급하고 있으나 비급여이기에 한 달 약값이 평균 10만원 이상 든다.

임산부의 대부분이 입덧을 겪는다는 점에서 치료제의 급여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지금껏 이 부분을 외면하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입덧약 급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이르면 올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조산 치료'에 대한 부분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국내 37주 미만 출생아 조산율도 10년간 1.5배나 증가했다.

국내에서 조기 진통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자궁수축 억제제는 '리토드린'과 '아토시반'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1차 치료제인 리토드린은 베타 교감신경작용제로 자궁수축을 신속히 억제해 분만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조기분만 진통은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임산부의 심장 질환과 사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리토드린의 경구용 제제는 2011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뿐만 아니라 리토드린이 빈맥, 호흡기 질환 등 태아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근거가 보고되면서, 미국에서는 리토드린이 완전히 퇴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리토드린 주사제는 사용기간을 제한해 '임신 22주에서 37주까지의 임부의 분만 억제로 4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허가사항이 있다.
 
반대로 한국페링제약의 '트랙토실(아토시반)'의 경우 옥시토신 길항제다. 대표적 임신주수 24주부터 33주 6일 사이에 주기적인 자궁 수축이 나타나는 임부의 조산 방지를 목적으로 투약된다.

아토시반은 자궁 근육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으로 리토드린과 유사한 자궁수축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면에서는 훨씬 더 우수한 결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아토시반은 우리나라에서 1차 치료옵션인 리토드린 치료에 실패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해외에서 이미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를 우리나라는 뒤늦은 선택 옵션으로 막아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산모 관련 커뮤니티에는 '조산 치료제'가 너무 비싸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급여 기준 때문에 1차로 리토드린 주사제를 사용한 임산부들은 손떨림, 구토,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전성을 이유로 아토시반을 비급여 투여할 경우, 약제비만 1사이클 당 약 50만원이 든다. 조산 예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뒤 입원비,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전체 의료비는 상당히 늘어난다.

저출산은 복지 부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임신을 한 여성들의 치료적 혜택도 그 연장선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정말로 필요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출산 장려도 중요한 정책이지만, 임산부를 보호하는 의료적 부분에서도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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