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확인검사 기관 확대‥당일 진단·치료에 의료계 '긍정적'

확인검사 의료기관 확대… 선별검사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체계 구축
감염 초기부터 치료 개시 가능…순응도 높이고 전파 차단까지 기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15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HIV 감염 진단과 치료 사이의 시간 간극이 사라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HIV 확인검사기관을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면서, 감염 사실이 확인된 당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1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시행규칙' 제7조를 개정해, 기존에는 질병청과 보건환경연구원에만 한정됐던 HIV 확인검사기관의 범위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의료기관과 의과대학까지 확대했다.

과거에는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확진을 위한 2차 확인검사를 위해 각 지자체에 한 곳, 전국에 17개에 불과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검체를 보내야 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치료 시작까지는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됐는데, 진단 이후 치료비 지원이 최종 확진일 기준으로 적용됐기에 치료 개시가 늦어지는 일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의료체계에서 이탈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보고돼 왔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부터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병원에서도 확인검사가 가능졌다. 선별검사-확진-진료-처방이 모두 한 공간에서 즉시 이뤄지는 진료 흐름이 정착되게 된 것이다.

검사 기관이 기존의 공공기관 중심에서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되면서 이제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받은 1차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기존처럼 검체를 외부 기관에 보내지 않아도 바로 같은 공간 내에서 2차 확인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 결과, 감염인은 선별검사 당일에도 진료를 받고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이러한 공백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Same-Day ART(당일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현장 적용을 앞당겼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보건복지부(DHHS)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단 당일 치료 개시를 권장해왔다. 지난해 개정된 DHHS HIV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가능하다면 진단 당일 ART를 시작해야 하며, 치료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일 치료는 HIV 감염 초기 바이러스 증식을 빠르게 억제해 면역 기능 손상을 줄이는 동시에, 성적 접촉을 통한 전파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HIV 치료를 통해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미검출 수준(50 copies/mL 미만)까지 억제되면, 성적 접촉을 통한 전파 위험은 사실상 '0'에 수렴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확립된 개념이 바로 U=U(Undetectable = Untransmittable)이다. PARTNER 1 및 2 연구에서는 바이러스가 억제된 HIV 감염인과의 10만건 이상의 콘돔 없는 성관계에서 단 한 건의 전파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진단 직후는 환자에게 가장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로, 치료를 즉시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불안 완화와 치료 순응도 향상에도 기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보건국은 진단일 당일 ART를 도입한 이후 12개월 내 치료 중단율이 기존 17%에서 9%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당일치료는 감염인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HIV 전파를 차단하고 공중보건 수준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모든 HIV 치료제가 당일 치료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처방 조건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치료제 선택 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일련의 사전 검사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유전형 약물 내성 검사와 B형·C형 간염 동반 감염 여부 확인 외에도 HIV RNA 수치가 50만copies/mL 이상인지, CD4 세포 수가 200cells/μL 미만인지 등 다양한 임상 지표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후 치료제를 결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진단 당일 즉시 투약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치료제 '빅타비'는 이러한 선행 절차 없이도 투약이 가능한 유일한 HIV 치료제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당일 치료 체계 실현을 가능케 하는 핵심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DHHS도 가이드라인에서 빅타비를 '당일 치료에 적합한 단일 옵션'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빅타비를 중심으로 한 당일 치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진단부터 치료까지 한 공간에서 연계되는 구조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구현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감염내과 진료를 통해 진단과 치료가 중단 없이 이어지는 만큼, 환자 이탈을 줄이고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감염인이 진단 직후 의료진과 함께 즉시 치료를 시작함으로써, 초기 상담의 연속성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는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해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큰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약물이 진단 당일에 바로 투여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환자에게 큰 심리적 안정과 치료 참여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처방받은 약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치료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된다"며, "진단 절차가 빨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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