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차 수가협상서 "합리적 인상 없다면 이번에도 '결렬'" 경고

수가 인상률 '제로 또는 마이너스'‥의협, 환산지수 차등 적용 폐기 요구
"SGR 구조에 협상의 여지 없다"…밴드 사전공개·공급자 참여 촉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15 13:46

1차 수가협상에 참석한 의협 수가협상단과 건보공단.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에서 합리적인 수가 인상이 없다면, 또다시 '결렬'이라는 결과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의 경고가 나왔다.

15일 당산 스마트워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도 유형별 1차 수가협상에 참석한 의협 수가협상단은 시작부터 절박함을 드러냈다.

박근태 수가협상단장은 "대형병원 중심의 정책 기조 속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원급은 지역 의료공백을 메우는 핵심 축이었지만, 정책적 보상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올해 협상단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 붕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의원급은 이제 지속 가능한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023년 기준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7%에 불과하며, 연간 폐업 수는 1070건을 넘는다. 상징적 존재였던 대구 최초의 소아과 의원조차 30년 만에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병원과 1차의료기관의 붕괴는 곧 의료 접근성 저하와 국민 불편 증가로 직결된다. 이는 수치로 볼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우선순위로 인식해야 할 위기"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환산지수 쪼개기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방식은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수가 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에 나눠 반영하는 형태다.

2025년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협상은 이로 인해 결렬됐으며, 최종 수가 인상률 1.9% 가운데 0.5%만 환산지수에 일괄 적용되고 나머지 1.4%는 진찰료 인상에 사용됐다.

박 단장은 "협상단 자체 분석 결과 진찰료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조차 실질 인상률이 제로 혹은 마이너스였으며, 일부 진료과는 연간 1개 의료기관당 10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소수 진료과에만 국한된 인상일 뿐 대부분 의원급은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의료서비스가 왜곡되고 필수의료가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단장은 행위별 보상 조정은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환산지수는 원칙적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원칙이 무너지면 의료 불균형은 심화되고, 시스템 전체에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다.

수가협상의 기준 지표로 사용되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에 대해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박 단장은 "의원 유형은 SGR 기준상 최하위로 분류돼 있고, 수가 밴드도 이미 제한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협상'만 반복되고 있다"며 ▲ 수가 밴드 사전 공개 ▲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대표 참여 ▲ SGR 방식 중단 또는 별도 산식 적용 등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 SGR 방식은 의료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는 지금, 현실적 분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 언급했다. 그러나 박 단장은 "매년 의원급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는 제도 실패를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에 불과한데도 건보재정 지출의 원인으로 낙인찍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신규 재원이 의원급에 지정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금도 만성적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의원이 속출하고 있다. 폐업은 개인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진료 특권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공단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원한다면, 합리적인 수가 인상안 제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도 결렬 외의 선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건강보험공단 측도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올해 수가협상 환경은 코로나19 당시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운을 뗐다.

수가 산정은 2024년 진료 실적을 기준으로 2025년도에 협상을 진행해 2026년도 수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2024년은 전공의 집단행동의 여파로 상급종합병원 실적이 급감한 상황이다.

김 이사는 "이런 조건에서 각 유형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가장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2년 연속 보험료가 동결되고 경기 침체로 인해 비상진료체계와 필수의료 정책에 대규모 건보 재정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 유지 방침을 밝혔다.

김 이사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병원과 의원 중심의 저평가된 행위를 상대가치점수와 연계해 균형 있게 보상해야 한다. 가입자 중심 재정소위원회와 공급자 단체, 공단이 함께 합리적 접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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