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비만약 변신…한미약품, GLP-1 상업화 성큼

국내 최초 GLP-1 '에페글레나타이드' 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   
사노피 기술 반환했지만…비만약으로 임상 변경해 결실 앞둬 
국내 출시된다면 비만시장 장악한 '위고비' 등 맞대결 예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5-29 11:59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제공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GLP-1 제제 비만치료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올해 3분기 내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한미약품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뻔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사노피가 경영전략 변화를 이유로 2020년 권리를 반환하면서 한미약품이 비만약으로 직접 개발에 나선 끝에 비로소 결실을 앞두고 있다.  

5조원 기술수출→권리 반환 아픔 겪어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한다. 

2027년 1분기로 계획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일정을 소폭 앞당긴 셈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1주일 한 번 투약이 가능한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RA)로, 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이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그러다 '잭팟'을 터트린 건 2015년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이 사노피에 기술수출 되면서다. 계약 금액은 계약금 4억유로를 포함해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35억유로까지 총 39억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5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사노피가 당뇨병이 아닌 혈우병과 스페셜티케어 등 다른 분야에 집중하기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업화 권리를 다시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한미약품으로선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글로벌 임상 3상까지 간 마당에 개발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상업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한미약품은 2021년 개발 전략을 비만약으로 수정하고 직접 임상에 나섰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비만신약을 목표로 2024년 1월부터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앞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력을 확인한 만큼, 식약처 허가는 무난할 전망이다.        
국내 GLP-1 시장 점유율 50%↑ 목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위고비' 열풍이 국내서도 불면서 그 어느 때보다 GLP-1 계열 치료제에 대한 소비자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며 비만치료제 시장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것도 회사로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1780억원으로 지난 4년간 연평균 7.3%씩 성장 중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4위 수준으로 미국, 브라질, 호주에 이은 큰 규모다. 

여기에 작년 4분기부터 출시된 위고비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릴리 '마운자로'까지 국내 들어오게 된다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만약 개발 열풍을 이끈 위고비, 마운자로와 경쟁에도 한미약품은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임상 3상이 올해 3분기 종료되는 만큼 정확한 체중 감소 수치는 아직 나오기 전이지만, 위고비에 필적한다(68주 간 체중 15% 감소)는 게 회사 전망이다. 

그럼에도 GLP-1 제제의 대표 부작용인 위장관 부작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체내 느리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강력한 경쟁 품목이 될 마운자로가 동아시아인 일부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연구(SURPASS1~6)를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지만,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 결과값은 모두 사후분석에 그친다.

반면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은 전향적 연구로 임상 근거 수준이 더 높다. 

특히 국내 생산이라는 점에서도 강점이 크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2023년 전세계 수요 폭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공급난을 겪었다. 하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인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의약품 품절 이슈로부터 자유롭게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는 점은 한미약품으로선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GLP-1 제제 간 교체투여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아직 안 된 상황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의료진 처방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와 함께 국내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중 GLP-1 제제 시장은 빠르게 2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점유율 50% 이상을 가져가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첫 환자 등록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첫 환자 등록

한미약품이 국내 성인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 시험에 참가할 첫 환자를 이달 초 등록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 받은 후 약 2개월 반 만에 속도감 있게 최초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을 이뤄낸 것으로, 향후 시험 대상자 모집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임상 3상 시험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약' 기대감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약' 기대감

한미약품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 국내에 출시하기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한미약품은 자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의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으며, 식약처 승인

사노피,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 의향 한미약품에 통보

사노피,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 의향 한미약품에 통보

[메디파나뉴스 = 허성규 기자] 사노피가 한미약품에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하며, 글로벌 임상 3상 완료 등 향후 개발 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한미약품은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해왔으며, 양사는 계약에 따라 120일간의 협의 후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고 14일 공시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권리 반환 후에도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약 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는다. 이에따라 한미약품

신약개발 투자 늘려가는 한미약품…R&D 투자율 15% 육박

신약개발 투자 늘려가는 한미약품…R&D 투자율 15% 육박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한미약품이 R&D 투자 확대로 신약 개발 정체성을 이어간다. 1분기 매출액 상위권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데 이어 향후에도 매출 대비 R&D 비중을 15% 이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상위권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비용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미약품은 553억원을 투자했고 대웅제약(별도)은 518억원, 유한양행은 517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하며

한미약품, 내수·수출 주력사업 호조세…R&D 성과 윤곽 주목

한미약품, 내수·수출 주력사업 호조세…R&D 성과 윤곽 주목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미약품 1분기 실적이 연결기준으로는 다소 주춤했으나, 별도기준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적개선 흐름과 비만과 대사질환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하반기 성장세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은 매출액 3909억원, 영업이익 590억원, 순이익 447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3.2%,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 29.3% 감소했다. 한미약품의 별도기준 실적은 상승했다. 매출액은 2950억원, 영업이익은 470억원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