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영리단체 과반 조정위 구성은 전문성·공정성 훼손"

'환자 권익 보호' 취지엔 공감‥전문성 약화, 제도 실효성 저하 등 부작용 우려
"모든 단체가 환자 대표할 수 없어…전문성·중립성 기반 위원 추천 절차 개선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9 14:4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분쟁 조정위원회의 위원 구성 방식을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전문성과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정 과정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제도 전반의 신뢰와 실효성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19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0599)'에 대해 산하단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대 의견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개정안은 조정위원회의 위원 중 비영리민간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하고 조정부 조정위원도 현행 5인에서 7인으로 늘리는 한편, 그 중 3명을 비영리민간단체 추천 인사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환자 권익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의협은 "조정위원회와 조정부는 의료과실 여부,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 표준 진료 범위 등 고도의 의료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기구"라며 "비전문가가 위원 과반을 차지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가장 큰 문제로 조정위원회의 전문성과 균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봤다. 의료분쟁 조정은 고도의 의료지식과 법률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인사가 과반이 될 경우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협은 "결과적으로 조정의 질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의료적 사실 판단이 단순화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위원회 운영의 공정성과 중립성도 우려 대상이다.

의협은 "현행법은 의료사고 피해 구제와 동시에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 환경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의료인뿐 아니라 법조인, 민간단체, 기타 전문가 등이 균형 있게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한데 특정 영역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은 모든 비영리민간단체가 환자나 소비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특정 입장을 지닌 단체가 과도하게 조정위에 참여할 경우, 조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인의 조정 참여가 위축될 가능성도 경계할 점이다. 전문가 비중이 낮아질 경우 과학적 근거보다는 감정적·정서적 판단이 우선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료행위 위축, 필수의료 기피, 조정 불신 증가, 소송 장기화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조정부 조정위원 수를 현행 5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의협은 "현재도 조정위원 5명을 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인원을 늘릴 경우 조정 절차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도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법안의 '환자 권익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원 구성의 편중, 전문성 약화, 제도 실효성 저하 등 부작용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의협은 "전문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 추천 절차를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의정 갈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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