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법적·제도적 공백…여성 건강권·자기결정권 보장돼야"

6일 '입법공백해소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 개최
김희선 교수 "임신주수·상담·약물 사용 등 기준 필요"
"해외 주요 국가, 배우자 동의 없이 임신중절 가능"
"성교육과 피임 강화가 낙태 예방의 첫걸음" 강조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8-06 11:18

(왼쪽부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희선 교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낙태죄는 비범죄화됐지만 현실은 법적·제도적 공백 속에 머물러 있어 임신중지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공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공신력 있게 제공하고 약물 접근성 및 의료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이 제시됐다.

6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입법공백해소를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희선 교수가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토론회에서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입법시한이 만료되면서 2021년 1월 1일부로 해당 조항은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로부터 어느덧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지도 6년이 흘렀다. 낙태죄는 비범죄화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법적·제도적 공백 속에 머물러 있다.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는 부족하고 의약품 접근은 음성화됐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돼 임신중지로 인해 여성들이 불안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불법 유통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741건, 최근 5년간 3000건 이상이 적발됐다.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음성화된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처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지난달 11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낙태죄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조치로서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 뿐만 아니라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희선 교수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6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발제로 '모자보건법 개정의 필요성과 임신주수, 상담절차, 숙려기간, 배우자 동의, 미성년자 동의, 의사의 거부권, 지정병원 구축, 안전한 약물 사용의 기준 마련 등 인공임신중절 법·제도 마련을 해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주요국의 인공임신주절 실태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최대 임신 24주, 대부분은 임신 14주 이하에 인공임신 중절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23년 통계를 보면 임신 23~24주 사이의 경우 13~40%의 생존율을 보고하고 있다.

숙련기간의 경우에는 독일과 아일랜드는 3일, 프랑스 7일, 그외 국가는 숙련기간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배우자의 동의 여부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미성년자의 임신중절의 경우 독일은 14세 미만은 법적 보호자 동의가 필수이며 16세 이상은 동의 없어도 가능하다. 프랑스는 의사처방전 없이 사후 응급피임약 구매가 가능하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18세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 없이도 가능하나 18세 이상의 성인이 동행해야 한다. 호주도 18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캐나다는 16세 이상인 경우 보호자나 파트너 동의 없이 가능하다. 다만 일본은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희선 교수는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응급상황을 예외로 하고 의사의 임신중절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요국의 약물임신중절 가능 및 임신주수는 일본, 프랑스, 캐나다, 호주는 9주 이전, 독일, 영국, 뉴질랜드는 10주 이전, 아일랜드는 9-12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먹는 임신중절약은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RU-486),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병용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미프진 허가 국가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0개국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김희선 교수는 "모자보건법 개정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기준 마련을 위해 허용 임신 주수, 숙려기간, 약물 사용, 상담체계 등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인공임신중절 상담 체계 마련과 응급상황에 대처 가능한 협력병원 체계 구축, 인공임신중절 관련 공적 지원 확대, 법 개정 및 제도 마련 이후 2-3년간 자체 평가를 통해 법 및 제도 개선 방안 및 현장 적용에 있어 합리적 정책을 최종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임신 초기, 임신중기, 허용 주수 초과 등 인공임신중절 시 주수별 시술에 대해 국내 현황에 맞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희선 교수는 "임신중절과 관련한 법 개정과 제도 마련을 통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등이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으로서 조금 더 보장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인공임신중절을 논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될 과제는 피임과 성교육 강화다. 연령별, 단계별로 실효성 있는 성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낙태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첫 걸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주요 국가들도 임신중절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 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논쟁과 논의 그리고 상당기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도 현재는 각계 각층에서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점진적인 법과 제도 개선을 하면서 적용해 간다면 우리나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 출산 환경을 조성하는 토대가 마련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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