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의료, 韓 60조원 경제 효과 및 치료 패러다임 전환 예고

정밀 의료 접근성 향상 위해 규제 및 시스템적 개선 필요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8-13 17:20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L.E.K. 컨설팅'이 13일 백서 '정밀 의료 사례 연구 보고서(On the Cusp of a Cure)'를 발표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정밀 의료 시대가 본격화되면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약 60조원의 경제 효과와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사회·경제적 가치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밀 의료는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 방식과 달리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질병 특성에 기반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질환에 대해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전자 치료제, 표적 항체 치료제, 약물-기기 복합 치료제, 정밀 진단 기술이 정밀 의료의 대표적인 핵심 기술이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L.E.K. 컨설팅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16인의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전체 시스템 이익 모델링(whole system benefits modelling)'을 활용해 한국에서 정밀 의료가 가져올 경제 및 보건의료적 효과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의약품 제조 및 임상시험 분야의 선도국으로, 한국에서 정밀 의료가 본격 도입되면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치료 접근성과 임상 시험 지원 차원에서 약 6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연구개발(R&D), 첨단 제조, 진단 분야에서 2만개 이상의 고숙련 일자리 창출 ▲약 360조원에 달하는 간접 경제 효과 ▲전체 환자의 누적 생존 기간 32만5000년 이상 연장 ▲보건의료 시스템 비용 약 2조2000억원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암과 희귀질환처럼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에서 정밀 의료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2022년 한 해에만 한국에서 23만7000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이 중 9만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전체 희귀 질환 환자의 70% 이상이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밀 의료는 이처럼 시급한 건강 문제에서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 의료 기술은 환자별 맞춤 치료를 통해 기존 치료보다 향상된 결과를 제공하고 기존 치료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활발한 연구와 투자의 중심에 있는 기술이다. 보고서는 정밀 의료의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1000건 이상의 임상 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스테파니 뉴이(Stephanie Newey) L.E.K. 컨설팅 호주 대표는 "이미 4000개 이상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밀 의료는 환자의 입원율과 후속 치료를 줄여 환자 부담은 물론, 전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혈액암 환자 1만5000명을 세포 치료제로 치료할 경우 약 3390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세포 치료제가 혈액암 초기 단계에서 사용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 의료는 암과 유전 질환 등 완치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정밀 의료의 가장 혁신적인 사례 중 하나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변형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법으로, 한국에서 가장 흔한 림프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에 사용된다. 현재 DLBCL 환자들은 주로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많은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다.

폴 리(Paul Lee)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전 대표는 "CAR-T 치료제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초기 치료에 사용될 경우 치료 성과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정밀 치료는 환자의 사회 복귀나 경제 활동 참여를 넘어 궁극적으로 완치 가능성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정밀의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복잡한 약가 정책 및 급여 체계 ▲유전체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제한과 관련 인프라 부족 ▲정밀 의료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의 인식 부족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정밀 의료의 잠재 효과를 실현하고 글로벌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조성 ▲유전체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인프라 구축 ▲정밀 의료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교육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정훈 교수는 "정밀 의료는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밀 의료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 뿐 아니라 전문 인력, 데이터 인프라, 산업계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정부, 학계, 산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정밀 의료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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