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건강팔이'‥영양제 과대광고에 의료계 '경고'

SNS·온라인 후기만 믿고 선택…성분 중복·과다 복용 부작용 우려
일부는 건강기능식품조차 아닌 일반 식품‥'질병 치료' 주장하며 판매
의료계 "맞춤 복용·의학적 상담 필수, 영양제가 질환 치료 대체 못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8 05: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몸에 좋다'는 막연한 인식과 SNS·온라인 후기가 결합하면서, 영양제 시장이 검증되지 않은 과대광고에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 상담 없이 제품을 선택·복용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의료계는 과다 섭취와 성분 중복, 부작용 위험성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대한영양제처방학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영양제를 복용하지만 상당수는 '왜, 무엇을, 얼마나' 복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광고·유튜브·홈쇼핑 콘텐츠를 근거로 선택한다.

대한영양제처방학회 김갑성 회장은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몸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질인 만큼 부적절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나 성분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철분과 칼슘을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저해되거나, 비타민 K가 항응고제와 충돌하는 등 주의가 필요한 조합이 있다.

최근 SNS와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일부 성분은 과장된 효능과 판매 방식으로 논란이 됐다.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의 경우 '노화 방지', '젊어지는 영양제' 등의 문구가 붙으며 고가에 판매됐지만, 인간 대상 장기 임상 근거는 부족하다. 고용량 비타민D 역시 권장량을 훨씬 초과해 장기 복용하는 사례가 많아, 고칼슘혈증·신장 손상 등 부작용 가능성이 지적된다.

눈 영양제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루테인, 지아잔틴, 아스타잔틴 등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이 활발히 유통되지만 일부는 건강기능식품조차 아닌 일반 식품임에도 '시력 회복', '백내장 예방', '안과 의사 추천'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은 법적 분류가 다르며, 일반 식품은 기능성 평가나 효과 검증을 받은 바 없다.

대한안과의사회 오청훈 의료정책위원장은 "기능성 인정 없이 성분을 임의 배합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착각하게 하거나, 포장·상세 페이지에 의학적 표현을 삽입하는 것은 소비자 혼란을 부른다"며 "이로 인해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고령층, 시력 저하를 겪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는 의학적 기만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제품 구매 전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마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 1항은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나 질병 치료 효능을 주장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질병 예방·치료 효과', '의사 추천', '임상시험 완치' 등은 허위 가능성이 높고, 온라인 리뷰 역시 홍보 목적일 수 있으니 반드시 비판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광고·후기보다 전문가 상담과 근거 기반 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영양제는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며, 질환 치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를 허용하면서,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춰 필요한 성분을 조합해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김 회장은 "이젠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맞춤 복용'해야 하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대한영양제처방학회는 '올바른 영양제 선택과 남용 방지'를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며, 지속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안과의사회도 국민의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법 광고 및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 요청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 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일반 식품이 의약품처럼 광고되는 상황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눈 건강 이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안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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