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에 간호사 입지 주목…현행 유지로 수련 질 높여야

빅5병원 전공의 모집률 70~80%…전공의 대거 복귀 예고
수련 질 제고하려면…교육전담전문 진료 축소·인건비 등 병원부담 불가피
간호계 일각 "전문성과 기여 존중해야…역할 축소는 신중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8-23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하반기 전공의 모집률이 빅5 병원을 중심으로 70~80%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그동안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워온 진료지원(PA) 간호사들과의 역할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 수련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지원간호사의 현행 업무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고정 인건비 부담과 교육전담전문의의 진료 축소가 불가피해 병원측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1년 6개월 이상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내달 1일 수련재개를 앞두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높은 지원율을 나타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 지원율은 정원의 70~80%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지역 상급종합병원들도 절반 이상의 지원율을 나타냈다. 전남대병원과 전북대병원은 63%, 조선대병원은 76%, 영남대병원은 54.3%, 계명대 동산병원은 56.4% 등을 기록했다.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복귀할 경우 그동안 병원에서 교수 및 전문의와 손발을 맞춰왔던 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업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공의 업무를 일정부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진료지원 간호사와 전공의간 업무조정 없이 현재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무조정을 통해 사직 전과 같은 량의 업무를 부여할 경우 수련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가 복귀한다고 해서 진료지원간호사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처럼 업무를 유지해야 전공의들이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 전체를 커버하진 못했기 때문에 복귀한다면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연봉체계도 개선해 제대로 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관건은 비용 문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보다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지도전문의 역시 진료시간을 줄여야 한다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이 경우 병원 측은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은진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진료량이 크게 늘기는 어렵다. 또 수련의 질 제고를 위해 지도전문의가 진료시간을 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련 질을 위해 지도전문의가 교육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병원만의 부담으로는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로는 전공의 수련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사직전공의는 수련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업무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부여하면서 전공의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사직전공의는 "수련 프로그램이 먼저 개발되고 난 후에 간호사 업무범위를 지원하는 식으로 설정해야 한다. 기존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범위를 그대로 전공의가 가져간다면 수련에서 교육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복귀 후 병원별로 업무조정을 하되 업무내용에 대한 자격요건은 간호사에게 넓게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부적으로 업무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간호계에서는 전공의 공백 기간 동안 1년 6개월 이상 의료현장을 지켜온 간호사의 전문성과 기여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 복귀를 이유로 간호사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병원간호사회 홍정희 회장은 "업무조정은 아직 진료지원 간호사 시행규칙도 발표되지 않았고 전공의 채용도 진행 중인 만큼 불확실하다"며 "다만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에 의해 문제없이 수행해 오던 업무들을 전공의 복귀를 이유로 재편하는 것은 간호사의 전문성과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을 위해서도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돼 온 체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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