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만성신장질환자 맞춤형 항혈소판 치료법 제시

급성심근경색 환자 대상 감량 전략 첫 입증
출혈 위험 70% 감소, 허혈성 사건 증가는 없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6 15:31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이관용 교수, 국군수도병원 김상현 교수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감량하는 전략이 출혈 위험을 현저히 줄이면서도 허혈성 사건의 증가는 초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IF=10.5)에 게재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이관용 교수(공동 교신저자), 국군수도병원 김상현 과장(제1저자) 연구팀은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을 동반한 환자 305명을 대상으로 이중 항혈소판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 감량 전략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급성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으로, 치료 직후 혈관 재협착을 막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복용한다. 그러나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출혈 위험이 높아 임상 현장에서 치료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크다. 국내에서는 2019년 기준 약 25만 명이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성인 인구의 10~15%가 이 질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Lancet에 발표된 TALOS-AMI 임상시험의 후속 분석으로, 2014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32개 심장센터에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만성신장질환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대상은 대부분 3단계 만성신장질환 환자였다.

환자들은 시술 후 1개월간 티카그렐러(Ticagrelor) 기반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유지한 뒤, 11개월 동안 동일 약제를 지속하는 대조군(145명)과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로 감량한 실험군(160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그 결과, 감량군은 대조군 대비 출혈 위험이 71% 낮았다. 출혈학술연구컨소시엄 정의에 따른 임상적 의미가 있는 2·3·5형 출혈 발생률은 감량군 2.5%(4명), 대조군 8.3%(12명)로 나타났으며, 절대위험도 감소는 5.8%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출혈 위험 감소에도 불구하고 허혈성 사건 증가는 없었다는 점이다.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등 주요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감량군 4.4%(7명), 대조군 5.5%(8명)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복합 임상사건(사망·심근경색·뇌졸중·출혈) 역시 감량군 6.2%(10명), 대조군 13.1%(19명)로, 감량 전략이 전체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항혈소판제 감량 전략을 입증한 첫 사례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우선 권고해왔으나, 고출혈위험군인 만성신장질환 환자에게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결과는 고위험 시기에는 강력한 효과를 유지하되, 안정화 시기에는 출혈을 줄이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장기육 교수는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출혈과 허혈성 사건 위험이 모두 높아 치료 전략 수립이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관용 교수는 "출혈 합병증을 현저히 줄이면서도 허혈성 사건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항혈소판제 감량 전략이 임상 현장에서 실용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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