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체계 정비 시급…"준중증 맡는 '2형' 지원이 관건"

"응급실 뺑뺑이·지방 소아응급 축소 반복…체계 붕괴 우려"
생활권 내 진료 종결 가능한 '2형'…중증병원 과밀 방지 장치
"KPI 기반 성과연동·인력·재정 지원 병행해야 지속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06 05:57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응급의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의 골든타임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과 지방 소아응급실 축소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소아의료 안전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병원은 준중증 소아환자의 생활권 내 진료 종결이 가능한 모델"이라며 "아픈 아이들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아긴급의료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세 남아가 급성 후두염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되풀이될 수 있는 경고였다. 당시 여러 응급실이 병상 부족과 대기 지연을 이유로 환자를 거부했고,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

최 회장은 "우리가 기억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은 단발 사건이 아니다. 같은 상황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지방대병원이 소아응급실 축소를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일 역시 지역 소아응급의료체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줬다. 그는 "해당 사태는 백척간두에 선 현실을 드러낸다. 1·2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면 권역의 마지막 보루인 3차 병원마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현장이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는 소아 질환의 특수성 때문이다. 성인과 달리 소아 질환은 유행성과 대량 발생이 흔하고, 연령별로 진단과 치료가 달라 보호자 동반과 전용 인력·시설이 필요하다. 따라서 3차 병원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전체 체계를 지탱할 수 없다.

최 회장은 "1·2차의 진료 역량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전체가 버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배경에서 제안된 것이 바로 '소아긴급의료체계'다.

그는 "소아긴급의료센터는 응급실보다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더 많은 경증·중등증 환자를 처리할 수 있다. 소아응급실은 본래 기능인 중증 전담에 집중하고, 국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제시한 소아긴급의료체계는 단계적으로 1형과 2형으로 구분된다. 1형은 외래 중심으로 야간·휴일 소아진료를 담당하며, 설치·유지 비용이 적어 넓게 배치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2형은 단기 입원 병상을 포함해 열성경련·폐렴·천식 발작·탈수·장중첩증 같은 준중증 환자를 생활권 내에서 치료하는 모델이다.

최 회장은 "1형은 접근성을 넓히는 외래 기반이고, 2형은 막대한 투자와 전문 역량이 필요한 외래+입원형 준응급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2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준중증 환자가 상급병원으로만 몰리면 경증·준중증이 중환자 치료 자원을 잠식해 결국 3차 병원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형이 없으면 3차 병원은 마비된다. 반대로 1형이 경증을, 2형이 준중증을 맡아야 3차가 진짜 중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형의 지정 기준으로 상시 전문인력, 관찰병상, 기초검사·초기중재, 전원체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보고 등을 언급하며 "이는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합리적 단계 분류이자, 국가 응급의료체계를 지키는 안전장치"라고 정리했다.

다만 2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재정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최 회장은 사전지원 70%, 성과연동 사후지원 30%의 구조를 제안하고, 성과관리 가점을 최대 5%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KPI는 야간 대기시간, 전원율, 발열 환자의 6시간 내 검사·처치 비율, 예방가능입원율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지표를 인센티브와 직접 연결하면 잘하는 기관에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게 된다"고 부연했다. 현재 시행 중인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도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그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의료취약지에는 별도의 지원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력과 운영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야간·휴일 소아진료는 전문의 부담이 큰 영역으로, 인센티브 없는 '희생 모델'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 회장은 "소아전문의 가산 수가, 전공의 교육 연계, 공공지원형 인력 파견 제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2형은 고난이도 진료를 담당하기 때문에 단순 수가 지원을 넘어 인력·시설·예비병상까지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운영 방식에서도 효율이 관건이다. 성과연동 보상과 지자체 지원이 결합될 경우 전문인력 유치와 유지가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응급실처럼 24시간 상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환자가 거의 없는 심야 9시간에 고비용 인력을 대기시키면 자원이 낭비된다"며 "2형의 본래 강점은 중간 지점에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 대비 가장 가성비 높은 대안으로, 응급의료체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아긴급의료체계가 부모의 불안까지 덜어주는 장치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아이가 아플 때 가까운 1형에서 신속 대응을 받고, 필요 시 2형에서 단기 입원 치료를 거친 뒤, 중환자는 3차 병원으로 전원되는 단계적 구조가 마련되면 보호자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단순한 논의가 아니라 정책의 골든타임이다. 제도를 늦추면 다음 피해자는 또 다른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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