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칼라 급여, 중증 천식 환자 스테로이드 복용량 낮출 수 있어"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강노을 교수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생물학적제제로 치료 변화 기대"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 누적 최소화 위해서는 급여 확대 폭 넓혀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2-06 06:04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강노을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만성질환으로 치부돼 왔던 중증 천식이지만, 대우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대한 생물학적제제 급여가 적용되면서다. 

중증 천식 환자들은 잦은 증상 악화와 입원 및 증상의 조절을 위해 그간 높은 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Oral Corticosteroid, OCS)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구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이나 고혈압, 당뇨, 혈전색전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에 노출된다. 

세계천식기구(Global Initiative for Asthma guideline, GINA) 가이드라인에서는 경구 스테로이드는 단기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며, 대신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대체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 생물학적제제인 누칼라(메폴리주맙)와 싱케어(레슬리주맙)가 급여 적용이 되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강노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서 생물학적제제 급여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강노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중증 천식의 여러 유형 중 호산구성 천식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린다. 

- 천식을 나누는 기준이 다양하다. 예전에는 알레르기성, 비알레르기성으로 천식으로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호산구라는 면역세포를 기준으로 호산구성 천식과 비호산구성 천식으로 구분한다.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의 특징은 스테로이드 의존성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 천식 환자들은 흡입 스테로이드(ICS),  지속성-β2 항진제(LABA) 제제를 주로 사용하는데, 해당 약제로 조절이 어려울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OCS)를 사용하게 된다. 경구 스테로이드는 저렴하고 효과가 좋지만 사용량이 누적될 경우 내분기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백내장 등 온갖 부작용에 노출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사이토카인을 공략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 도입돼 중증 천식 치료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Q. 중증 천식 환자의 경우,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중증 천식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비교하면 사망률이 낮고, 흡입 스테로이드 개발로 치료 환경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이 많다. 중증 천식 환자는 전체 천식 환자의 10%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대다수가 호산구성 천식 환자다. 이 중증 천식은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증상 조절이 잘 되는 일반 천식 환자들의 경우, 마라톤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중증 천식 환자들은 폐기능 저하로 운동 수행 능력이 매우 떨어질 뿐 아니라 (기침 등으로 인해) 수면 부족에도 시달린다. 흡입기를 사용하고,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중증 환자들은 증상 악화가 잦아 입원이 비일비재하고, 2~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도 예후가 좋지 않다. 

젊은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환자들은 연차를 내고 내원해야 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일반 환자들이 4개월마다 내원한다고 하면, 중증 환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내원하는 식이다. 이 경우 의료비 지출도 만만치 않다.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중증 천식 환자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전체 천식 환자 의료비의 50~60%를 차지할 정도다. 

Q. 미국이나 EU의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생물학적제제를 권고하는지, 국내와 다른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천식 치료는 세계천식기구(GINA)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고, 각 나라별 상황에 맞춰 조금씩 다르게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천식은 중증도에 따라 단계별 치료가 이뤄지는데, 마지막 5단계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권고된다. 

유럽은 의료비 부담이 적다 보니 생물학적 제제 접근이 (우리나라 대비)더 용이하고, 미국은 사보험 제도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조금 다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치료제나 치료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Q. 현재 국내에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제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오랫동안 쓰여온 lgE 타깃 단일 클론 항체인 오말리주맙은 두드러기나 비염 등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에 보다 효과적이다. 인터루킨을 타깃하는 약제로는 IL4/IL13을 타깃하는 두필루맙, IL5를 타깃하는 메폴리주맙과 레슬리주맙, IL5 수용체에 결합하는 벤라리주맙 등이 있다. 이 중 두필루맙은 아토피 치료제로 급여 허가를 받아 아토피 질환에 더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호산구성 천식 치료에는 발현 기전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IL5 타깃 제제들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제 중 IL5를 타깃하는 제품은 누칼라(메폴리주맙), 싱케어(레슬리주맙), 파센라(벤라리주맙) 등이 있고, 최근 급여가 적용된 것이 누칼라와 싱케어다. 

Q. 지난해 11월 누칼라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 중증 천식 치료제 중 위험분담제 방식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로 빠른 기간 내 이뤄졌다.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 적용이 임상 현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줬나. 

- 환자 입장에서 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측면에서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었다. 약가가 인하되면서 환자들도 굉장히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보험이 적용돼도 평생 사용해야 하는 약제이다 보니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부담이긴 해 이에 대한 개선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긴 하다.

Q. 급여 적용 조건을 봤는데, 조금 까다로워 보이긴 하다.

-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 cells/㎕ 이상이면서 동시에 치료 시작 1년 이내 OCS가 요구되는 급성악화가 4번 이상 발생했거나, 치료 시작 6개월 전부터 OCS를 지속적으로 투여한 경우, 또는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혈중 호산구 수치가 400 cells/㎕ 이상이면서 동시에 치료 시작 전 1년 이내 OCS가 요구되는 급성악화가 3번 이상 발생한 경우에 급여가 적용된다. 실제로 환자들이 바로 약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긴 하다.
Q. 누칼라는 특히 중증 천식에서 주요한 치료 목표로 제시되는 OCS 복용 감소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여 적용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는데, 관련한 주요 임상 결과 어떻게 평가하는가. 

- 누칼라 임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REALITI-A 연구이다. 일반적으로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임상이 잘 선별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에 실제 임상과는 차이가 있는데, REALITI-A의 경우 실제 임상에서 누칼라를 썼을 때 경구 스테로이드(OCS) 감소 등과 같은 임상적 효과를 연구한 임상이다.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다기관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칼라 투여군에서 OCS 복용량이 75% 가량 감소했고, 중증 악화 역시 4.28회에서 1.23회로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REALITI-A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것과 가장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 연구이기도 했다. 제 환자들 중 누칼라를 사용하고서 증상 악화가 절반 이상 감소했고, OCS를 중단한 환자들도 있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경제적인 이유로 누칼라를 중단하고 반감기가 되면 증상이 재발하는 환자 케이스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누칼라는 삶의 질(HRQOL: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을 중점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MUSCA 연구에서는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인 세인트조지 호흡기 설문(SGRQ: St George’s Respiratory Questionnaire) 점수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누칼라는 가장 먼저 승인된 약제이다 보니 누적된 연구나 케이스도 가장 많다. 그런 점에서 의료진으로서 누칼라를 좋은 약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Q. 누칼라를 사용하면 환자 삶의 질이 얼마나 변화하는지 궁금하다. 이미 OCS를 오랜 기간 복용한 환자에서도 효과적인가?

-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 악화가 확연히 적어진다. 실제 제 환자 중에선 OCS를 매달 1~2주씩 드시던 분이 있었는데, 누칼라를 사용하고 나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OCS를 복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누적된 스테로이드 사용량이 합병증 유발에 유의한 영향을 준다는 데이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의 치료 트렌드는 OCS 자체를 아예 쓰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물론 일반 천식 치료에서 증상 조절을 위해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은 필요하다. 하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은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OCS 사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생물학적제제 사용이 스테로이드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OCS를 복용해온 환자이더라도 향후 사용해야 할 OCS 누적량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제제 사용은 필요하다고 본다. 나이가 젊은 환자들이라면 더욱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Q.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때 부작용이나 유의할 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 국내에서 생물학적제제가 사용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주사 부위에 대한 국소 염증 반응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호산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알레르기 및 기생충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제제로 호산구 수치를 조절하게 되면 감염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감염 문제를 겪어본 바는 없다. OCS는 (내분비계의) 상위 단계에서 작용을 하는 반면, 생물학적제제는 문제가 되는 특정 요인을 타깃하여 치료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생각된다.

Q. 국내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천식은 한 두 번의 치료로 개선되는 질환이 아닌 평생 약제를 쓰며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보니 치료비용에 대한 환자 부담이 크다. 중증 천식이 급여가 되고 있긴 해도, 여전히 본인 부담이 적지 않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이 10% 정도로 크게 낮아지는데, 중증 천식에서도 적용이 되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병원까지 오는 환자분들은 대부분 일반 개원가에서 치료가 어려워 오시는 분들로,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천식은 환절기 등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올해는 감기 바이러스가 많이 돌고 있어서 악화를 겪는 환자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보다 많은 환자들이 하루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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