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학에 실망, 의대 교수 첫 사직…확산 예견도

"뒤에 숨어 기다리는 모습 부끄럽다" 경북대 교수 사직
대학 무리한 신청 반발도…"신뢰 깨져, 떠나는 일만 남아"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3-05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강행에 따른 의대 교수 사직이 현실화됐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던 교수마저 사직하는 사례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돼 의료현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는 SNS를 통해 '교수직을 그만두며'라는 사직의 변을 공개했다.

소위 '필수의료'로 불리는 이식혈관외과에 몸담은 윤 교수는 현장 당사자조차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에 의문을 표했다.

설령 정부와 의료계 사이 시각차가 있더라도 추진 과정도 비정상적이라고 짚었다. 이성과 논리가 배제된 상태라는 것.

아울러 무리한 정책에 일조하는 대학 본부도 비판했다. 이날 경북대 홍원화 총장은 대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의대정원을 110명에서 250명으로 증원하겠다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윤 교수는 "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서 "대학 본부에서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이 본질과 현실 파악 노력 없이 해당 학과 의견을 무시한 채 눈앞의 이익만 보고 정책을 수용하며 요구하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들어 뭐라 언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이 같은 현실에 낙담하고 떠난 전공의를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교수라는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뒤에 숨어 잘 해결되기만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

그는 "의사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병원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당당하게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다 짊어지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과 교수직을 그만 두겠다. 오래 전 번아웃도 됐고 매일 그만하고 싶다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도와주는 건 없고 더 힘만 빠지게 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도 뒤돌아보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주대병원 내과 김대중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학과 의견과 다른 무리한 대학 본부 측 증원 신청을 지적하며 교수 사직 현실화를 예견했다. 

기초교수도 임상교수도 교육보다 연구, 논문, 진료 등이 중요한 현실에서 수십 명에서 백 명 수준을 늘린다는 계획은 교수로서 이해가 어렵다는 것.

김 교수는 "기초교수도 연구가 더 중요하고 논문 쓰는 게 더 중요하다. 임상교수도 진료가 더 중요하고 승진을 위한 논문이 당장 급하니 교육은 아주 작은 시간밖에 쓰지 않는다"면서 "대학 교수인데 학생 강의가 중요도 높게 자리매김하지 못 했던 가운데 갑자기 10명도 아니고 50~100명씩 늘린다는 건 사실상 멘붕"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무리한 증원 신청에 대학과 교수 사이 신뢰가 깨지고, 교수들이 대학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총장 이기심으로 정원은 크게 늘어나겠지만, 이제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면서 "일이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대학본부와 의대교수 신뢰가 깨진다면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실에선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의학과 고군분투에 간신히 유지하던 비상진료체계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비상진료체계 운영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응급의학회는 "현재까지 운영된 비상진료체계는 실상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일선 모든 의사 선생님 고군분투로 간신히 버텨 왔다"며 "이제 그 노력도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모든 논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더 이상의 혼란을 끝내고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개혁을 진행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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