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1차년도 '전문병원' 94개 지정‥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수도권 및 광역시에 집중 분포되는 경향‥분야도 관절·척추·산부인과에 몰려
깐깐한 심사기준 통과해도 상응하는 보상 부족‥"기준 완화가 아닌 지원 강화"
의료소비자에게 '전문병원' 인지도 아직 많이 부족‥대대적인 홍보 요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02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필수의료, 응급의료 등이 한층 중요해진 가운데 제5기 1차년도('24~'26) 전문병원 모집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애초 전문병원은 인지도가 낮고, 충분한 보상이 부족해 신청률이 저조할 것이란 시각이 강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제5기 1차년도 전문병원 지정기관은 총 94개 기관이었다.

4기부터는 1년 단위로 전문병원 신청 및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4기의 경우 1차년도 101개 기관(17개 분야), 2차년도 10개 기관(7개 분야), 3차년도 5개 기관(4개 분야)이 지정됐다.

4기와 비교했을 시, 오히려 5기 지정병원(2024.1.1.~2026.12.31)은 줄어든 모양새다.

전문병원 지정 대상은 특정 질환·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으로 총 19개 분야다.

질환은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 한방중풍, 한방척추 12개이며, 진료 과목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로 7개이다.

5기 모집 결과, 고질적인 문제인 전문병원의 특정 지역 및 질환으로의 집중화 현상은 여전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전문병원은 서울, 경기에 집중되고 부산, 대구 순으로 분포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세종은 전문병원 지정이 이뤄지지 않고, 제주에는 해당 병원의 지정 분야가 폐지됐다.

4기(1~3차) 전문병원도 전체 기관 중 수도권 약 55.2%(64개 기관), 광역시 약 32.8%(38개 기관)로 전문병원이 수도권 및 광역시에 집중 분포돼 있었다.

5차도 비슷했다. 23개 기관이 서울, 23개 기관이 경기로 대부분 수도권이었다.

더불어 1~4기 전문병원 분야별 분포도는 관절(19.67%), 척추(15.30%), 산부인과(12.57%)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대로 신경과, 심장, 유방, 한방부인과는 1개의 기관으로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4기에 지정된 17개 분야 중 상위 5개 분야의 비율 역시 약 65.6%(관절 20.7%, 척추 16.4%, 산부인과·안과·한방척추 각 9.5%)로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다소 발생했다.

5기에서도 관절 21기관, 뇌혈관 4기관, 대장항문 4기관, 수지접합 4기관, 심장 1기관, 알코올 7기관, 유방 1기관, 척추 12기관, 화상 5기관, 주산기 1기관, 산부인관 9기관, 소아청소년과 2기관, 신경과 1기관, 안과 10기관, 외과 2기관, 이비인후과 2기관, 한방중풍 1기관, 한방척추 7기관이 모집되면서 특정 질환의 쏠림이 부각됐다.

전문병원 지정제도는 전문병원의 전문 질환 환자 점유율 증가, 높은 질적 수준의 전문병원 환자 경험, 병원 브랜드 가치 향상 등의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전문병원의 불균등한 지역분포 및 특정 질환의 쏠림 현상은 지역 간 의료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전문병원의 진입 장벽을 낮춰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병원 지정 관련 규칙 및 고시에 의하면 특정 지역에서는 전문의, 병상, 진료량 기준에 대해 30% 범위 내에서 완화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문병원 업계는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 완화가 아닌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지금도 일부 지역에는 전문병원이 전무하다. 이는 기준 완화만으로는 목적을 이루기에 부족함을 의미한다.

현재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전문병원 의료질 평가지원금, 전문병원 관리료 등 인센티브 수가를 통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전문병원이 되면 이에 걸맞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병원이 되고 나서도 유지를 위해 더욱 꼼꼼한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문병원은 ▲의료인력 ▲의료 품질 평가 ▲병상수 ▲의료환경 ▲의료기관 인증 ▲필수진료 과목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등의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병원 의료질 평가 지원금이나 외래관리료, 입원관리료 등이 아직 턱없이 낮다"며 "엄격한 기준 만큼 전문성을 갖춘 곳에 지원을 강화한다면 자발적으로 관심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이나 제도 구조상 당장 지원 강화가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전문병원에 대한 인식 제고라도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의료소비자들에게 전문병원은 가치 대비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많은 연구에서 전문병원은 높은 역량을 갖췄고, 실제 그에 따른 효율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있어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 어떤 의미인지, ▲비전문병원과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문병원이 갖는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갖추고 있는 의료진과 시설 및 장비는 어떠한지에 대해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병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도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어려운 기준을 통과해 지정된 전문병원들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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