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미충원에 이탈까지…"마음놓고 진료하고 싶다"

전공의 미충원-전문의 이탈-전임의 기피…"학문 대 끊길라"
응급의학회 "골든타임…사법 리스크 해소·과감한 지원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09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급감하며 학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미충원은 전문의 이탈과 전임의 기피로 이어지며 응급실 붕괴는 물론 학문 대가 끊어지는 현상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사법 리스크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응급의학 붕괴를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수진 응급의학회 수련이사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지난해 85%에서 올해 79%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지원율 하락 원인으로는 ▲환자 치료 결과에 대한 형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필수의료 배후진료과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업무 가중 ▲응급의료체계 전반 문제가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며 응급실 문제로 비쳐지는 점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핵심 원인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꼽았다.

김 수련이사는 "저희 병원 전공의가 한 번은 응급센터에서 열심히 환자를 보는 게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희는 권역응급의료센터고 대학병원인데도 새로 전문의가 된 선생님들조차 환자를 보는 게 두렵다고 얘기한다"며 "실력의로서의 두려움이 아니라 응급의료 특수성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환자 치료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현상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우려는 실제 전공의 미충원으로 나타났고, 결국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물론 지역 응급실에서도 전문의 이탈 현상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병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전공의 1년차 의사가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이 난 사례가 전공의 충원율 급감에 직접적 원인을 준 것으로 지목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기폭제로 급격한 기피가 발생한 소아청소년과처럼 전공의 지원율 하락과 전문의 이탈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응급의료체계 붕괴로 가기 전에 미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정부, 국회와 협의하고 법률적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전임의 기피 현상으로까지 번지며 후학 양성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임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교수 배출도 되지 않는 만큼 학문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응급의료는 체계가 무너지게 생겼다.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면서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보이사는 의료인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의료사고특례법 등을 논의할 때 반대 논리로 등장하는 의료인 특혜 지적도 해명했다. 과도한 특권이나 혜택이 아닌 응급실에서 마음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 공보이사는 "법 밖에 있는 면책이 아니라 마음놓고 진료할 수 있도록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응급의료진의 경우 수도 많지 않다. 무한정한 자원이 아닌데 보호는 커녕 과도하게 처벌하고 민사 배상을 하고 형사 소송까지 걸리는 현실은 과도하다"라고 말했다.

전공의 1년차가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그나마 현장에 남은 의료진으로부터 방어진료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사례를 우려해 의심 증상이 없음에도 복부  CT 촬영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김인병 이사장은 "복통 환자면 위험 요소가 있든 없든 복부 CT 검사를 거의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의료보험 등 재정에 부담이 될 부분이라고 확신한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결과적으로 응급의료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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