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총선 D-9'…의대정원-의료파국 막판 시나리오는(上)

의료계 체력도 분노도 한계…증원 고수, 총선 참패 전망
의대 교수, 체력 한계에 희망 없이 소진…與 선대위도 불안요소 인식
개원가, 총선 정권 심판에 주력…개혁신당·조국혁신당 지지 언급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4-01 06:0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여당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고수할 경우 총선 참패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태 해결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한 채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의대 교수, 이를 바라보는 개원가와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 분노는 다가오는 총선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여당도 이를 인식하고 우려 목소리를 내는 만큼, 총선 전엔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1일 메디파나뉴스 취재 결과 이번 사태에서 전공의와 교수 사직을 지켜보며 지원밖에 할 수 없는 개원가는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이 선출된 만큼, 신임 회장 뜻에 따라 단체행동이 결정된다면 참여하겠단 의지도 확인된다. 다만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의료계 총파업에 '전공의, 교수 등 회원이나 예비 회원인 의대생에 부당한 정부 탄압이 들어올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고, 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를 잠정 보류한 만큼 당장 행동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

개원가는 정부가 이대로 정책을 고수할 경우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첫 무대로 총선을 바라보고 있다. 우선 표로 응징하자는 움직임이다. 대상은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보수 지지 성향이 우세하던 의료계지만, 이번 총선에선 정권 심판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는 것.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최근 언론보도를 들어 개원가 분위기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거유세 현장에서 의사들은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다며 명함을 받지 않고 외면한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최근 동료 의사들과 점심을 하면 '찍을 정당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지지정당을 잃으면서 개혁신당이 주로 언급되고, 젊은 분들은 차라리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겠단 말도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고수를 불안요소로 인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6일 정부에 정책 재검토를 촉구한 데 이어 29일엔 최재형 의원이, 30일엔 나경원 의원이 유연한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네 명 가운데 안철수, 나경원 등 두 명이 의대 증원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

나 의원은 SNS에 "국민 불안과 피로가 무섭게 쌓이고 있다. 국민은 정부 의지를 충분히 확인했다"며 "그 다음으로는 유연한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 민심에 순응할 차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의힘을 돌아보게 된다. 국민 실망과 질타를 적극 정부에 전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대로 극한 갈등과 대립을 예고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22대 국회를 통째로 넘길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야당에서도 총선 전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지금은 선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재검토나 대화 유인요소가 더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 여당에서 선거 직전 타협을 시도하려는 움직임 있을 거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병원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은 총선 전 정책 재고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는 정부에 확신을 갖진 못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A 교수는 "총선 전엔 어느 정도 양보하는 안을 내놓지 않을까 예상은 한다"면서도 "사실 이번 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전공의가 유급되는 경우가 생겨서 어느 정도 절충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없는 걸로 봐선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번번이 빗나가는 예상에 사태 해결에 대한 확신 없이 반복되는 당직에 전공의가 하던 일까지 도맡으며 '이제 정말 사직해야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50~60대 교수들이 당직으로 밤을 새고 다음날에도 일하는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희망이 보이지 않자 체력적 한계에 더해 의지마저 꺾이고 있다는 것. A 교수는 "2월 말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는데 3월 말 전공의가 유급되는 상황이 생겨도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사느니 정말 사직해야겠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정책을 고수할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한걸음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해는 어떻게든 교육 현장에서 감당 가능하고 입시에도 영향이 적은 350명을 증원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요구한 원점 재논의를 추진하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총선보다는 이 일을 밀어붙이는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고집을 접을 사람이면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무한 평행선은 국민 피해가 커진다. 이를 감안하면 대표성 있는 단체에서 타협을 제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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