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모순 투성이"…의료계, 사법부 설득에 진력

의사 부족 주장·2000명 결정 근거 등 증원 정책 반박
"부적절한 정책, 법률적 판단으로 원상회복 시켜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5-11 05:50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희망을 걸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을 위한 사법부 설득에 나섰다.

10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의사 회원과 의대생, 의대생 학부모 등 4만2206명을 탄원인으로 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의협은 참고자료를 함께 보내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을 위한 근거를 제시하며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한 정부 주장부터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OECD 단편적 통계자료로 의사수 부족을 설명했으나, 이 같은 단순 비교는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OECD 통게 지표 가운데 하나인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많은 대다수 국가는 국가가 통제하는 유럽식 주치의제와 인두제를 주요 지불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 등 행위별수가제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적은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주먹구구식이라는 반박이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되짚었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결정 근거로 삼았다는 연구 보고서에는 연 2000명 증원 근거가 없는 데다, 오히려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주장과 같은 내용도 담겨 있다는 것.

실제 3개 보고서 가운데 하나를 작성한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OECD 평균보다 의사수가 적은 반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가장 많았다는 점을 언급, 의사수급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이용행태나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연구자 3인은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2000명 증원은 연구 보고서에 없었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은 결정은 정부 몫이라며 존중면서도 방법론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사로 배출되기까지는 10년이 소요되지만 증원은 2000명씩 5년 만에 끝마치면 정책 효과나 부작용 확인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 명예위원은 "(2000명씩 5년 증원이 마무리되는)2029년이면 내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태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1만 명이 목표라면 1000명씩 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과거 의대정원 감축이 의사수 부족을 초래해 이번 의대정원 2000명 영향을 미쳤다는 정부 주장에도 반박했다. 의협은 지난 2002년 당시 보건복지부가 자체분석을 통해 2012년부터 의사인력 과잉공급을 예상,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의해 2004년부터 당시 의대정원 3500명 가운데 10%인 351명을 단계적 감축키로 결정했다는 점을 되짚었다. 정부측 수급추계에 근거해 의대정원을 감축하고 이제와서 증원 근거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자체 분석과 판단으로 추진한 의대정원 감축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경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실패 책임을 사회와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의대정원 정책이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단순히 총량적 관점에서 의사 인력 부족을 주장하는 즉흥적 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특정 집단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한 목표만을 고려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정책이라도 올바른 절차와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며, 올바른 행위라도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이뤄졌다면 법률적 판단을 통해 원상회복 시킬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