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의대생 학습권 희생하더라도 의료개혁 옹호 필요"

16일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 2심서 기각 판결
의대교수, 전공의 등 적격 각하…의대생 학습권만 적격 인정
"일부 미비한 상황 엿보여도, 일정수준 조사·논의 지속해와"
공공복리 우선 돼야…'향후 의대별 정원 자체 결정 필요' 부연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5-16 18:4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항고심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대생 학습권보다는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의대준비생 등 총 18명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각하, 일부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 신청인 적격 인정여부가 선결 쟁점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준비생은 1심과 같이 제3자에 불과해 신청을 각하했다. 다만 의대생에 대해선 학습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해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교수의 경우 헌법상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같은 차원에서 교육을 할 권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전공의의 경우 2025학년도 신입생들과 함께 교육 내지 수련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의대 준비생의 경우 아직 의대 입학이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청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대생 신청인들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대생에 대해선 신청인 적격이 인정됐지만, 집행을 정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필수·지역의료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의대정원 증원을 집행 정지하게 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재판부는 ▲필요한 곳에 적절한 의사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점 ▲현 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적어도 필수·지역의료 회복·개선을 위한 전제로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왔고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점 ▲정부가 의사인력 수급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증원 규모를 일부 수정할 수 있음을 밝혀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공공복리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 학습권 침해 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를 옹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집행정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대 소속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 그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판결문에서 정부가 조치한 의대별 신입생 자율 모집을 지지하는 입장까지 보탰다.

재판부는 "의대생 학습 환경과 관련한 사항은 대학측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피신청인들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분 50% 내지 100%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따라서 2025년 이후의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서도 의대생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대학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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