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으로 인한 심장·신장 손상 막으려면 조기 치료 필수

신생아선별검사·가족-친척 검사 통해 조기 진단·치료 이어져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5-20 15:51

올해 1월부터 신생아선별검사 항목 중 파브리병을 포함한 리소좀 축적질환 6종의 검사가 급여 항목으로 포함됐다.

이로써 앞으로 유전성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의 신규 진단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브리병은 세포 내 노폐물을 분해하는 '리소좀'의 효소 결핍으로 세포 내 분해되지 못한 당지질(GL-3, Lyso-GL-3)이 계속해서 축적되는 질환으로, 점진적으로 심장, 신장 등 장기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200명 내외의 환자가 등록돼 있지만, 기존에 파브리병에 대한 신생아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던 대만 등에서는 1300~3000명의 신생아당 1명의 발생 빈도를 보인다.  

파브리병과 같은 리소좀 축적 질환은 체내에 결핍된 효소와 동일한 아미노산 서열을 띤 재조합형 효소를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 Enzyme Replacement Therapy)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효소대체요법은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지 못한 효소를 주입해 리소좀으로 전달, 장기 내 축적된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이로써 추가적인 질병 진행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면 비가역적인 장기 손상을 차단함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파브리병 치료제인 '파브라자임(아갈시다제베타)'은 대표적인 효소대체요법으로, 2002년 국내 허가 및 2003년 FDA 허가를 획득하며 현재까지 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효과적인 치료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파브라자임은 전형적인 파브리병 환자 5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결과, 치료 6개월만에 대부분의 환자에서 신장, 심장 및 피부 혈관 내피세포의 GL-3가 제거·감소된 상태를 보였으며, 이러한 GL-3 제거 효과는 4.5년 간 지속됐다.  

후향적 분석 결과, 파브라자임군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신장, 심장, 뇌혈관 관련 중증 임상 사건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61%까지 감소시켰다. 

또한 임상 참여자 중 52명의 환자를 10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42명(81%)의 환자가 신장·심장·뇌혈관 관련 중증 임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으며, 49명(94%)의 환자가 연구 종료 시점에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브라자임 치료 시 환자의 질병 부담 또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브리병 환자 387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파브라자임은 환자의 질병 부담을 높이는 Lyso-GL-3의 농도를 빠르게 감소시켰으며, 최대 12년 간 효과가 유지됐다. 

이 같은 치료 혜택 및 안전성을 바탕으로 2020년 파브라자임의 요양급여 적용 기준이 신설되며, 현재 파브리병을 진단받은 성인 및 소아 환자는 신기능 검사 및 심기능 검사를 통해 급여 치료가 가능하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희 교수는 “이 같은 효소대체요법은 질환이 진행되지 않은 조기에 시작할수록 파브리병의 증상으로 고통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이번 신생아선별검사 급여 확대가 보다 많은 소아 환자들에게 조기 진단의 기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예후 위해선 조기 진단 가장 중요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 성질이 있어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파브리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계도를 작성해 유전 변이를 가질 확률이 높은 구성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족-친척 검사를 실시할 경우, 평균 5명의 환자를 추가로 발견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의료진들과 환자 단체는 파브리병 환자의 예후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써 가족-친척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전 질환 및 희귀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 적극적인 검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가족-친척검사는 숨은 파브리병 환자를 발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원인이 불분명한 심장 또는 신장, 신경계 이상을 보이는 구성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파브리병 진단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다"며 "파브리병의 첫 번째 발견은 가족 중 추가 환자를 조기에 발굴해 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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