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건선 치료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다음 단계는 '완치'다. 건선 치료는 상당히 긴 여정을 밟아왔고, 이제는 완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됐다. 질환의 기간이 좀 더 짧으면 환자에게 후생면역학적인 변화가 덜 생긴다. 따라서 유병기간이 2년 이내로 짧은 환자들에게 '빔젤릭스'를 건선 치료 초기부터 사용한다면 환자들이 오랫동안 약을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면역학적 질환 중 건선이 완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적응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씨비제약 UK 연구소의 총책임자이며 빔젤릭스 개발자인 스티븐 쇼(Stevan Shaw) 박사는 12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유씨비제약 빔젤릭스 급여 및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빔젤릭스를 비롯한 건선 치료제의 향후 개발 추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빔젤릭스오토인터젝터주(비메키주맙, 이하 빔젤릭스)'는 최초로 인터루킨-17A(IL-17A)와 17F(IL-17F)를 이중 억제하는 판상 건선 치료제다. 건선은 피부 질환의 일종으로,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몸의 면역계 이상 등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그 중 판상 건선은 건선 환자의 약 80~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빔젤릭스는 지난해 8월 29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1일부터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을 필요로 하는 성인환자의 중등도에서 중증판상건선 치료 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빔젤릭스 개발자 스티븐 쇼 박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세계 최초, 유일의 인터루킨-17A/F 이중 억제제 : 차세대 건선 치료제 빔젤릭스의 이해'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IL-17A와 17F는 중복되지 않는 두 개의 사이토카인으로 IL-17 매개 염증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IL-23과는 독립적으로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IL-17A/F 이 둘은 서로 다르게 조절되며, 건선 병변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IL-17 분비 세포를 유도한다. 특히 17F만을 분비하는 세포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데, IL-17A는 IL-17F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강력하고, IL-17F는 건선 병변 조직 내에 더 많이 존재한다.
스티븐 쇼 박사는 "빔젤릭스를 통한 IL-17A와 IL-17F의 이중 억제는 IL-17A만을 억제하는 세쿠키누맙과 비교했을 때 건선 환자에서 더 높은 피부 병변 개선율을 보였다"며 "용법·용량에서도 유지요법 기준 매 8주마다 투여하는 프로파일을 가져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기존 IL-17A 억제제 보다 매우 큰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쇼 박사는 건선 치료의 '완치'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랜기간 건선에 대한 다양한 약물들이 개발돼 왔고, 점차 그 효과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약사가 돈을 벌기 위해 약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쇼 박사는 "연구개발 총괄을 맡은 사람으로써 혁신은 충분히 사회적 보상을 받는다고 믿는다. 만약 2-3년 간격으로 투약이 가능하다면 그 급여를 승인하는 여러 경제적인 모델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와 제약사가 공동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는 환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다"라며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치료제를 통한 '완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이어 김정은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가 '빔젤릭스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가 건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환자 측면에서 건선 질환의 부담과 치료에 대한 기대, 빔젤릭스의 치료 유효성 및 개선 속도와 지속성에 대한 연구와 빔젤릭스 메타분석 결과, 장기적 안전성 등을 발표했다.
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 효과에 대해 미국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건선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 효과는 ▲완전하고 ▲신속하며 ▲지속적인 반응을 얻는 것이며, 최대 4주 이내 완전히 깨끗한 피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어 빔젤릭스의 효과를 데이터로 보여줬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건선 치료제는 완전히 깨끗한 피부 개선 지표인 PASI 100 반응률이 50% 미만 이거나, 치료 1년 이내 PASI 100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빔젤릭스는 3상 위약 대조 임상시험인 BE READY에서 약 90%의 환자가 16주차에 PASI 90을, 약 70%의 환자가 PASI 100을 달성했으며, 8주 유지 요법 시, 56주차에 83%의 환자가 PASI 100을 달성했다.
빔젤릭스 투여 환자의 92.6%가 16주 차에 IGA 0 또는 1을 달성했으며, 이 반응률은 56주 차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빔젤릭스 3상 비교 대조 임상시험인 BE VIVID, BE SURE, BE RADIANT에서 빔젤릭스를 투여받은 환자 중 더 많은 비율의 환자가 16주 차에 PASI 100을 달성했으며, 이러한 반응은 52주까지 유지됐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에서 투여 후 개선 속도에 대해 확인한 결과, 위약군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첫 번째 투여 후 4주 이내 PASI 90 반응률은 45.3%, PASI 75 반응률은 75.9로 나타나 빠른 피부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비교 대조 임상시험에서 빔젤릭스는 비교 약제와 대비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반응의 더 빠른 발현 효과를 보였으며, 단 1회 투여 후 4주 차에 반응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빔젤릭스의 장기간 유지되는 PASI 100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빔젤릭스의 PASI 100의 반응률은 5년차까지도 높은 효과를 유지했다.
김정은 교수는 "빔젤릭스는 3상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통해 나타난 단기 임상 효과에서도 다른 건선 생물의약품과 비교해 PASI 90 및 PASI 100 달성에 있어 가장 높은 확률을 보였다"며 "장기 임상 효과에서도 표준요법을 통해 첫 52주 동안 PASI 100 반응을 달성한 누적 평균 일수가 다른 생물의약품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빠른 PASI 100 달성과 함께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빔젤릭스를 선제적으로 쓸지, 아니면 최후의 무기로 마지막 선택지로 활용할 지에 대한 질문에는 임상현장 의료진에게 달린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건선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는 굉장히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 많은 치료 옵션을 가지고 고민하는데, 환자의 건선 증상과 치료 빈도, 복용 약제 등이 중요할 것 같다. 다만, 현재 급여 조건 상 치료제의 교체투여는 효과가 떨어져야 가능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빔젤릭스를 활용할 것 같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용범 대한건선학회장. 사진=조해진 기자
간담회에 함께한 최용범 대한건선학회장(건국대병원 피부과)은 "건선은 다른 어느 질환보다 예전과 비교해 치료 환경이 개선된 질환이지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고 단순한 피부 질환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만성 전신면역질환"이라며 "이제 건선 치료는 단순한 증상 개선을 넘어, 환자가 앞으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치료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급여 출시된 빔젤릭스는 빠르고 강력한 피부 개선과 함께 장기간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앞으로 중증 건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적극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수진 한국유씨비제약 대표이사는 "이번 빔젤릭스의 급여, 출시로 국내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 높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물론 빠른 개선 속도와 오랫동안 유지되는 깨끗한 피부에 대한 치료 혜택을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제공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한국유씨비제약은 이번 출시를 통해 여전히 존재하는 건선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무엇보다 건선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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