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略歷)은 사전적 의미로 '간략하게 적은 이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께선 약력(藥力)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실제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 개발된 약은 유효성·안전성, 임상연구, 마케팅 전략 등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力)'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너의 약력(藥力)은' 코너에서는 스테디셀러 약부터 신약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 받은 치료제들의 약력(略歷)을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영어로도 약력은 'Resume'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그러한 의미를 살려 자기소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저는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법인 한국얀센(이하 한국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입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과 MET(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을 동시 표적 하도록 설계된 최초의 이중 특이적 항체이지요.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크게 소세포암(Small cell lung cancer, SCLC)과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체 폐암의 약 80~85%를 차지하는 폐암 유형인 비소세포암은 선암(샘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나뉘며, 현재까지 이 가운데 EGFR 변이가 발생한 비소세포암 중 4개의 적응증에 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첫 허가는 2022년 'EGFR 엑손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를 위한 2차 이상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올해 1월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 환자에 대한 1차 및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고, 항암화학요법과 병용으로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하며 적응증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답니다.
◆ 약력 하나, EGFR과 MET 이중 공략. 폐암 최초 이중 특이적 항체
저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항원인 EGFR과 MET을 동시에 인식해서 결합하도록 설계된 완전 인간유래 이중 특이적 항체입니다. 이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요.
제가 폐암을 소탕하는 전략은 활성 및 저항성 EGFR 변이와 MET 변이 및 증폭을 보이는 종양세포를 표적해서 면역세포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 변이뿐만 아니라 MET 변이 또는 증폭을 가진 종양세포까지 폭넓게 타깃할 수 있고, 여기에 자연살해세포(NK 세포), 대식세포(macrophages) 등을 통한 면역 활성화를 유도해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질병 진행 경로를 억제하는 것이죠.
제가 가진 차별점을 자랑해보자면, 기존 EGFR-TKI(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 치료는 내성기전으로 MET 유전자 변형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일부 우회할 수 있도록 고유한 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설계돼 EGFR과 MET을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에, 기존 EGFR-TKI 치료 시 흔히 나타나는 내성 기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약력 둘, 일반적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준치료 대비 유의미한 생존 혜택 확인
EGFR 변이는 아시아 환자에서 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납니다. 그 중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L858R) 치환 변이는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EGFR 변이로, 전체 EGFR 변이의 약 90%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common EGFR 변이(일반적 EGFR 변이)라고도 불립니다.
현재 3세대 EGFR-TKI인 오시머티닙이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해 치료 지속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미충족 의료 수요가 남아있는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제가 3세대 EGFR-TKI인 레이저티닙과의 병용요법으로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3상 임상 연구인 MARIPOSA를 통해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죠.
MARIPOSA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22개월 기준으로, 저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3.7개월(95% CI 19.1-27.7)로 오시머티닙 단독군 보다 7.1개월 연장됐습니다(16.6개월, 95% CI, 14.8-18.5).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킨 셈입니다(HR 0.70; 95% CI 0.58-0.85, p<0.001).
[MARIPOSA] 리브리반트-레이저티닙 병용군, 오시머티닙 단독군의 PFS 비교
[MARIPOSA] 리브리반트-레이저티닙 병용군, 오시머티닙 단독군의 OS 경향 비교
전체생존(OS)에서도 의미 있는 임상적 가치를 확인했는데요.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37.8개월 기준, 저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O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으면서 오시머티닙 단독 요법 대비 사망위험을 25% 감소시켰습니다(HR 0.75; 95% CI 0.61-0.92, p<0.005). 24, 36, 42개월 시점의 OS는 각각 75%, 60%, 56%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죠(오시머티닙 OS : 70%, 51%, 44%).
저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뇌전이, TP53 변이, 간 전이 등 고위험 바이오마커를 가진 하위 환자군에서도 일관된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뇌전이 병력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했어요. 뇌전이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오시머티닙 단독군 대비 사망 위험을 31% 감소시켰는데(HR 0.69; 95% CI 0.53-0.92), 이는 뇌전이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HR 0.69; 95% CI 0.53-0.89).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1상, 2상 연구 결과와 일치했습니다. 주요 이상사례로는 주로 조갑주위염(68%), 주입 관련 반응(63%) 등이 보고됐고, 오시머티닙 단독군에서는 설사(44%), 발진(31%) 등이 나타났습니다.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은 37%로 오시머티닙 단독군의 9%보다 높았으나, Grade 4 또는 Grade 5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과 치료 중단율은 두 군 모두 낮았어요.
저는 오시머티닙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common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도 사용 가능합니다.
MARIPOSA2 임상 연구에서 저는 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기존 표준치료인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PFS 및 ORR 등 주요 임상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2차 이상의 치료제로서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어요. 독성 프로파일 역시 관리 가능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 약력 셋, 희귀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유일한 표적치료 옵션
EGFR 엑손20 삽입 변이는 우리나라 전체 EGFR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약 2% 이내로 나타나는 드문 변이 입니다. 기존 EGFR-TKI에 대한 치료 반응이 낮아 일반적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비 사망위험이 75% 높고 5년 생존율은 8%에 불과합니다. 표준치료로 사용되는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도 객관적 반응률(ORR)이 약 23~29%에 그쳐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영역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EGFR과 MET을 동시에 표적하는 '최초의 이중 특이적 항체'라는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도 항암화학요법 대비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PAPILLON 3상 임상 연구에서 저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을 통해 항암화학 단독 요법 대비 PFS 중앙값을 4.7개월 연장시켰고(95% CI 9.8-13.7),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약 60% 감소시켰습니다(HR 0.40; 95% CI 0.30-0.53, p<0.001). 중간 분석 ORR은 73%로(95% CI 65-80),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47%)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했습니다(p<0.001).
[PAPILLON] 리브리반트-항암화학요법 병용군, 항암화학요법 단독군의 PFS 비교
이에 저는 2025년 7월 현재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폐암에서 1차 및 2차 이상의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유일한 EGFR/MET 이중 특이적 항체 치료제입니다.
저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의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호중구감소증(59%), 손발톱주위염(56%), 발진(54%) 등이었습니다. 주입 관련 반응 발생률은 42%로 항암화학 단독요법보다 1%보다 높았지만, 3등급 이상의 발생률은 1%로 보고돼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새로운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것
저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최초의 이중 특이적 항체라는 고유한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EGFR 엑손20 삽입부터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현재 저는 미국 국립종합암센터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과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각각 Category1 또는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학종양학회(ESMO) 리빙 가이드라인에서도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생존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정돼,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과 EGFR 엑손19 결손 및 엑손21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 모두에서 권고안에 포함됐습니다.
저는 적응증 확대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편의성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입 관련 반응(IRR) 및 피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 연구들이 진행 중이며, 특히 투약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피하주사(SC) 제형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 리브리반트는 치료 효과는 물론, 암 환자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그 가치를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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