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무역합의, 제약·바이오 '현지화 압박'…대응책 마련 분주

현대차증권 "15% 관세 부과 시 CDMO·바이오시밀러 수익성 타격 불가피"
셀트리온 미국 공장 인수·재고 확보…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망
휴젤 "공급 계약 구조상 단기 영향 제한…정책 변화 예의주시"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7-31 17:32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한미 무역합의에 따라 내달부터 상호 15% 관세가 부과되면 의약품 산업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직격탄을 피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차증권은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의약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평균 18~20% 수준이나 일부 기업은 50% 이상으로 높다"며 "CDMO, 바이오시밀러, 희귀의약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품목별 세부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본 관세율 15%가 적용될 경우 단가 인하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원료를 한국에서 생산해 완제 형태로 수출하고 있어 현지에서 가격을 조정하거나 일부 비용을 흡수하지 않으면 미국 내 경쟁사 대비 불리해질 수 있다. CDMO 기업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와 장기 계약으로 고정 단가를 유지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신규 계약에서 단가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 거점 확보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며 "미국 내 충진·포장(DP) 라인 구축, 원료의약품 현지 생산 투자 등 '온쇼어링(현지화)' 전략이 관세 리스크 대응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고가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가 집중되는 만큼 관세로 인한 판매가 상승은 곧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업계는 기업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지난 29일 글로벌 기업과 우선협상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고 즉시 위탁생산(CMO)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현지 R&D 기능을 강화해 선진 기술 도입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2년분 미국향 재고를 확보해 올해 관세 리스크를 사실상 차단했다. 셀트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리스크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CDMO에 대한 세부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요 고객사(머크, BMS 등)의 요청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톡신·필러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휴젤은 공급 계약 구조상 단기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휴젤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가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라 당장 매출 타격은 없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가격과 계약 조건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약품 품목별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무역 합의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전략을 전환시키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증권은 "단기적으로는 재고 확보와 가격 조정으로 일부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충진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산 의약품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15% 관세 부과는 결국 현지 생산 확대를 강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부분 기업들이 북미 공장 인수나 파트너십 확대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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