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스티렌(애엽추출물)' 급여 삭제 위기를 맞은 동아에스티가 이번에도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티렌의 임상적 가치 재입증을 통한 급여 등재 목록의약품으로서 임상 현장 활용 여부다.
동아에스티는 스티렌이 국내 의료 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되며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인 만큼,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1호 신약으로 등장한 천연물 의약품
2014년 급여 제한·환수에도 굳건했지만…
지난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위원회는 올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 애엽추출물에 대한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적응증은 급성위염·만성위염에 동반된 위점막 병변 개선이다. 그러면서 약평위는 해당 치료에서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해당 치료법이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셈이다.
물론 애엽추출물 성분 제제가 당장 급여 삭제로 이어지진 않는다. 재평가 대상 성분 제약사는 결과 통보 후 30일 이내 심평원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약평위의 재심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심의에서 똑같은 결론이 날 때다. 애엽추출물 제제 시장 크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애엽추출물 제제의 최근 3년 평균 급여 청구액은 1215억원이다.
또 현재 급여목록에 등재된 애엽추출물 142개 품목 중 약 70개 품목이 허가가 취소됐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가 살아있다.
결국 동아에스티를 비롯한 애엽추출물 제제 품목 매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이 임상적 유용성 등을 어떻게 추가로 입증할 것이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에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스티렌은 국내 의료 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되며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이라며 "이의 신청 절차를 통해 기존에 제출했던 자료에 추가 보완 자료를 제출, 스티렌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티렌의 부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신약 1호이자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스터디셀러 제품으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한 차례 급여 제한 논란을 겪었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기등재의약품 목록을 정비하면서 동아에스티에게 2013년 12월말까지 임상효능을 입증하도록 명령했다. 급·만성 위염효과는 그대로 급여를 유지하면서 소염진통제(NSAIDs) 투여에 따른 속쓰림 등 효능에 대해서만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라 한 것이다.
이에 동아에스티는 임상시험 결과 자료를 제출했으나 피험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기한을 다소 넘겼고, 복지부는 임상효능 입증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600억원 규모 급여환수 조치를 내렸다.
결국 양측은 2년간 법적공방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동아에스티가 유용성 자료 제출 지연을 일부 인정하고, 119억원을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하면서다. 복지부는 NSAIDs 투여 시 위염 예방에 대한 급여 목록을 삭제하는 대신 600억원에 대한 약품비를 돌려받지 않기로 했다.
동아에스티 본사 전경. 사진=최성훈 기자
"천연물 의약품…케미컬과 동일하게 보면 안 돼"
동아에스티와 스티렌으로선 11년 전의 데자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당시엔 임상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임상시험 자료제출 기한 미준수를 이유로 급여 제한과 급여비용 환수가 내려졌다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스티렌 주 적응증인 급·만성 위염 치료에 있어 심평원이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재심사에서 동아에스티가 추가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급여 삭제된다면, 실질적인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20년 이상 임상 현장에서 사용된 스테디셀러 품목임에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약학계에서는 천연물 의약품으로서 어느 정도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약대 A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천연물 의약품과 대체약제를 비교해 보험급여 적정성을 따지는 건 쉽지 않다"며 "기존 대체약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건데, 생약제제 특성상 약리활성 작용에 변수가 많아 근거를 마련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즉, 재평가 대상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할 때 기준항목을 케미컬 의약품과 동일하게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A교수는 "천연물 의약품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만 사용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임상적 유용성 평가 기준 중 하나인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건강기술평가(HTA) 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천연물 의약품은 오랜 기간 처방되면서 임상근거를 쌓아온 만큼, 별도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천연물신약 개발법'에 따른 산업화 촉진이라는 사회적 요구까지 어느 정도 반영한 급여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약업계 B 관계자는 "일률적인 재평가 방식으로 인해 급여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 또한 꺾일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적인 측면까지도 감안하는 평가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국내 의료 현장의 실정과 치료 환경을 반영한 합리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