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그만"‥의료계, 제3차 정신건강계획 변화 촉구

2차 기본계획 및 혁신방안 실효성 부족‥"혈세만 쓰고 성과는 없다"
전국민 마음투자·상담번호 통합 등 줄줄이 추진‥현장 평가 싸늘
의료계 "임상현장 목소리 담고, 보여주기식 아닌 실질적 대책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26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내년부터 수립될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을 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5년간 총 2조원을 투입하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정신건강 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마련된 대규모 청사진이었다.

당시 정부는 ▲정신의료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 ▲중독 및 디지털기기 등 이용장애 대응 강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2023년 12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2024년 6월에는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혁신위가 내놓은 세부 이행계획에는 ▲전국민 마음투자 사업 ▲청년·학생 정신건강검진 확대 ▲직업트라우마센터 확충 ▲급성기 집중치료병원 도입 ▲자살예방 상담번호 '109' 통합과 상담인력 증원 ▲중독치료 인프라 확충 등이 담겼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미 2차 기본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스스로 세운 기본계획을 무시한 채 급조된 정책을 추진하며 혈세를 쏟아부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가 대표적 부실 사업으로 지목한 것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정신건강 관리 접근성을 높여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국민이 더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였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이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 상담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을 통해 바우처를 받아 총 8회(회당 50분 이상)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가 건강검진에서 중등도 이상의 우울 수준이 확인된 이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복지부는 시행 후 1년간 참여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정책이 실질적 치료 효과를 담보하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홍보성 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은 배제된 채 바우처만 남발되고, 막대한 비용만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다.

아울러 '전국민'이라는 이름과 달리 농촌 지역 홍보는 부족했고, 신청 자격도 까다로워 실제 체감도는 낮았다. 어떤 체계에서 어떻게 제공돼야 하는지 불분명하며, 사업 자체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의 실행을 위한 보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층 검진 주기 단축은 조기 개입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우울증 외에 조현병·조울증 등을 선별검사에 포함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양성만 늘려 비용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담원을 늘리고 상담번호를 '109'로 통합한 부분도, 자살 위험군이 100만명 이상인 현실에서 효율성이 얼마나 담보될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입법조사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은 정책 홍보가 아니라 집행 방식을 바꿔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핵심 과제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 집행계획과 사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직격했다.

서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범식에만 2억원이 쓰였으며 대통령 훈령에 따라 반기마다 정기회의를 열어야 했지만 지난해 두 차례 회의 이후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올해 혁신위 운영을 위해 2억8500만원이 편성됐지만 집행률은 15%에 그쳤다.

이처럼 제2차 기본계획과 혁신방안 모두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서 의료계는 제3차 기본계획 수립이야말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실효성이 없는 항목은 과감히 정리하고 미진했던 정책은 내실 있게 다시 추진해야 한다"며 "변화한 진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향후 사회 변화까지 포괄할 수 있는 견고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는 그간 소외돼 온 '의료 영역'의 보완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재점검하고, 임상 현장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담겨야 한다"며 "제1·2차 기본계획에서 빈약했던 의료 분야가 이번에는 충실히 보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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