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붕괴 현재 진행형‥전문의 배출 10%로 추락

전공의 지원율 급락, 세부분과 명맥 끊겨…"국제적으로도 유례 없는 심각 상황"
"정부는 현장 목소리 배제한 채 탁상행정 반복…골든타임 이미 지나"
소청과의사회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12 14: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는 더 이상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발표한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하며 "소청과는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와 전공의 지원 축소, 수도권 쏠림이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산발적인 정책을 포괄적 체계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경증 환자의 응급실 쏠림과 중증 복합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료 서비스 이용행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연구에서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와 재정·행정적 제약 속에 실질적인 정책 추진은 번번이 미뤄졌고,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수많은 정책과 시범사업이 추진됐지만 실효성 없는 형식적 수준에 그쳐, 가시적 성과 없이 소청과 붕괴만 가속화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된 이후 전공의 지원율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매년 200명 이상 배출되던 전문의 수도 2019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전공의 배출이 131명으로 급감했고, 2025년에는 의정 갈등까지 겹쳐 24명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문의 배출은 6441명, 3분기는 6438명으로 줄었다. 의사회는 "필수의료를 표방하는 다른 과목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 소청과에서만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세부분과 전임의 배출마저 극히 제한적이다. 내분비와 신생아 분야 일부에만 인력이 공급되고, 소아심장·신장은 1년에 한 명 배출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실제 소아진료에서 이탈해 다른 영역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통계로 확인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023년 전공의 지원율이 16%대로 추락하자 폐과 선언을 통해 국민과 정부에 위기를 알렸다"며 "그럼에도 2025년 현재 전문의 배출은 과거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학술대회조차 성인 질환과 미용 주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정부의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소청과 살리기를 외치면서도 정작 전문의 대표 단체이자 현장 책임자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패싱하고 있다"며 "탁상행정에 머무른 채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고 짚었다.

끝으로 의사회는 "지금의 위기는 앞으로 5년, 10년 뒤 소아청소년 환자의 안전과 생존을 직접 위협할 것"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책적 오판과 혈세 낭비를 중단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국민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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