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우리나라 암 5년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1-18 05:59

최근 의료계가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한암학회가 지난 연말 첫 발간한 '암연구동향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에는 국내 암 발생 현황과 기고, 향후 암연구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 등이 담겨져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암 5년 생존율은 70.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은 우리나라 전체 질환 중 여전히 사망 1위를 기록 중이니, 이를 바꿔 말하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에는 국가 차원의 암 조기검진사업과 보장성 강화, 의료진의 헌신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부터 일반 건강검진과 별도로 국가암검진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실제 만 40세 이상이 되면 위암이나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개 암종에 대한 검진에 보험급여 혜택을 준다. 

같은 기간 항암 신약 보장성도 확대됐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 최근 5년간 급여 등재되거나 확대되는 항암 신약은 매년 20개 내외다. 보장성이 다소 축소됐지만,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에 대한 급여 일부 적용도 우리 의료 공적시스템이 주는 자랑거리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학적 미충족 수요는 남아있다. 특히 유방암을 앓고 있는 유방암 환우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특정 돌연변이를 표적해 사멸하는 표적항암제 신약 등장에도 불구하고, 더딘 급여화 속도 때문에 비싼 약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길리어드 트로델비와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 엔허투가 그렇다. 이들은 모두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글이 올라오면서 국회 상임위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엔허투는 급여를 촉구하는 전국민 서명운동으로 번질 참이다.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단 사흘 만에 5만명을 돌파했음에도, 최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기존 약제 대비 엔허투가 획기적인 생존기간 연장 데이터를 보였다는 점이 오히려 급여 발목을 잡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2021년 암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17.6%)보다 암 치료비 부담(67.5%)이 더 크다고 한다. 죽음이 내세적 공포라면 돈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다. 

건강보험 재정에 한계가 있고 제약사는 재정 분담에 소극적이라지만, 당장 현실적인 공포에 맞닥트린 환자들을 외면할 순 없지 않은가. 유방암 환자들의 울력다짐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와 제약사간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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