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생략 제도' 보는 시각 제각각‥이해관계자별 입장 차이 뚜렷

경평 생략 약제, 비교적 임상 효과가 불확실‥급여 적정성 판단 및 보완 장치 부재
등재 의약품 사후평가, 재평가 수반돼야‥이를 위한 자료 제출 필요하다는 의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1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는 2015년 5월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제도(이하 경평 생략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경평 생략 제도를 적용받아 등재되는 약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비교적 임상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급여 적정성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경평 생략 약제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고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별 입장 차이가 뚜렷해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의 평가 및 개선점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초점집단면접(focus-group interview, 이하 FGI) 및 설문조사가 시행됐다.

해당 조사는 제약업계 종사자, 환자/시민단체, 정부 관계자, 정책 전문가, 임상 전문가를 대상(총 27명)으로 진행됐다.

제약사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경평 생략 제도가 환자의 접근성에 기여했다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더불어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로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사후평가, 재평가가 수반돼야 하며 이를 위한 평가 자료 제출이 필수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경제성평가를 모든 의약품에 적용할 경우 환자의 접근성이 늦어지는 점을 우려해 사후평가가 강화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후평가로 가격 및 등재 여부를 재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약업계 측에서는 오히려 경평 생략 제도의 완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성평가를 못하는 약은 실질적으로 없으나 우리나라가 ICER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수반돼야 경평 수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외국보다 국내에서 평가가 다소 엄격하게 적용돼 경평 트랙으로 급여되기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평 생략 제도 현행 요건은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제한적 치료 대안(임상적 필요도) ▲근거 생산의 어려움 ▲참조 국가 급여로 정리된다.

지난해부터 경평 생략 약제 대상은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에서 '소아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로도 확대가 된 상태다. 제외국약가 산출 대상국도 기존 7개국에서 캐나다를 추가해 '8개국'으로 변경됐다.
 

이 가운데 대체로 A8 최저가 등재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1) 통계적인 근거는 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약가인지 의문 2) 외국의 조정 평균가를 통해 국내 약제 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 3) 한국과 경제적 수준 및 사회보험이 비슷한 국가 검토 필요 4) A8 국가의 선정 근거 부족 등이 이유였다.

아울러 일부에서 A8 가격에서 이미 공개돼 있는 할인 비율인 25%는 깎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실제 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최저가를 고려해 급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다.

제약사를 제외한 참가자 대부분은 후발약제는 현행과 같이 선발약제의 등재 가격을 참고해서는 안 되며, 사후평가를 통한 실제가와 외국 최저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후발약제는 선발약제보다 값이 낮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후발약제는 경제성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과감한 의견도 있었다.

반면 제약사 측에서는 후발약제가 들어오며 재정이 절감되고, cap 협상으로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으므로 사후관리가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경평 생략 제도에 소아 약제를 포함하는 것 관련해서는 '소아는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와 '굳이 소아를 포함할 이유가 없다'로 나뉘었으나, 반대하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 삶의 질의 경우에도 '삶의 질 개선'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상성과 개선, 치료적 위치 동등/생존 위협 요건'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있었으나, 그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항암제에 대해서는 ASCO value framework나 ESCO-NHB, NCCN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개선의 크기 수준을 정의하고 그것을 생략의 요건으로 제도화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ASCO value framework이나 ESCO-NHB의 경우 항암제의 효과·부작용 등을 수치화시켜 포함한 도구다.

국내 종양내과 의사 166명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약 93.4%가 건강보험에서의 활용성에서 항암제의 급여 및 사후평가에 의약품 가치 평가 도구로 찬성했고, 한국형 평가도구로써 그 타당도가 평가돼 항암제 대상으로는 활용도를 고민할 수도 있을 듯 보인다.

'총액 제한 설정 방식' 개선은 질환별보다는 약제별로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는데, 적응증이 여러 개인 의약품(예 면역항암제) 등을 사례로 들면서 질병군별 관리의 어려움이 언급됐다. 그 외 묶음형 총액 설정에 대한 의견이 있었으며, 경평이 힘든 약제는 건강보험 이외의 재정으로 분리해 관리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사후관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일부 참여자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다른 일부 참여자들은 모든 약제에 대한 획일적인 사후관리를 반대했다.

기간만료 전 중간평가에 관해서는 제약업계 종사자와 일부 학계 전문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반대했고, 다른 참여자들은 찬성했다.

재평가를 시행할 시,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찬성표를 얻었으며 계약 단계에서부터 경제성 모형 혹은 자료 제출 명시해야 한다고 권고됐다. 재평가 근거 생산은 제약사 측에서 해야 하고, 치료적 효과가 없으면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우월했다.

사후평가 시 자료원에 대해서는 RWE(real-world evidence) 활용 여부가 의견이 갈렸다. 동시에 사전 심의 자료나 성과급 지불 제도 등의 자료를 연계해 재평가하거나, 외국 사례를 참고해 자료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모든 약제에 대한 획일적인 사후관리를 반대하며 약가를 낮게 들여온 후 사후에 가격을 조정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사후관리로 인한 행정적 부담 및 사회적 자원 소모에 따른 가격 인상을 열어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재평가 시점은 약제별, 질환별 특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계약 시점 내에 재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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