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불참…건보공단-의약단체, 수가협상 첫 회동

건보공단,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수과 협상 진행할 것"
의학단체, 그동안 희생 감안…수가 상향 조정 요청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5-03 12:42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결정을 위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간 첫 만남이 진행됐다.

3일 서울가든호텔 2층 아이리스홀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이사장-의약단체장 합동간담회'가 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을 비롯해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장과 관련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한의사협회 불참은 그동안 의료개혁특위 불참 등 의정갈등 심화상황으로 인해 예정된 결과라는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의협 불참에 대해 "이 자리에 오지 않은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을 비롯해 의료업계 관자들이 이번 달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수가 협상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며 참석요청을 당부했다.

정기석 이사장<사진>은 이번 수가 협상이 가입자, 공급자, 공단 모두가 윈윈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면서도 현재의 공단 재정 흑자가 중장기적으로는 적자재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수가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석 이사장은 "최근 3년간 재정수지는 흑자지만 중장기 재정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은 약해지는 추세다"며 "선진국 평균보다 많은 병상 장비, 다소 과도한 검사, 의료인력증가, 필수의료정책의 건보재정 투입 등 급여비 지출은 앞으로 그 규모와 속도가 폭발적일 것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 침체 위기 극복,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정립,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 보상, 수가 불균형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앞으로 투입될 막대한 재정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다.

정 이사장은 "필수 의료 체계 구축과 의료 인프라 유지 및 수가 인상이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점을 찾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5개의 수가 환산지수 조정 모형으로 산출한 값을 수가 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에 제시해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가입자와 공급자간 상호 입장을 서로 이해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약단체들은 건보재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그동안 낮은 수가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만큼 현재의 흑자상황을 기반으로 수가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어제(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신임 회장은 "올해 수가협상과 결정은 정부와 보험자의 정책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성규 회장은 ”공단은 보험자로서 재정의 안정과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상호 존중해 조정해야 하는 위치다. 그런데 그동안 협상은 지출억제와 가입자 부담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라도 공단이 의료공급의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좀더 균형 있는 협상에 임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그간 공단의 예측이나 우려와 달리 지속된 흑자로 누적 준비금이 약 28조 원에 이른다. 공단은 올해 협상을 필수 의료 인프라 등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적기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의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회의 참석으로 대신 참석한 마경화 부회장은 "수가협상에 임하면서 SGR도 중요하지만 소위 밴드라고 얘기하는 추가 소요 재정, 또는 일명 평균 수가 조정률이라고 부르는데, 그 부분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공단 수가협상단을 비롯해 정기석 이사장의 많은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보험자인 공단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니지만 이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현재 막힌 곳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수가 협상에서 추가 소요 재정에 대한 많은 배려를 요청했다.

지난 3월 1일 취임한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현재 건강보험 분야에서 한의의에 대한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 많은 한의사들과 한의료기관들이 힘을어하고 있다"며 "지금 의사수가 약 13만 명 정도되고 한의사수가 3만 명 정도다. 그 비중에 비해 한의 의료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진료수가는 약 3% 수준으로 문제가 있는 구조다. 그동안 한의사들이 비급여 수가가 있다는 것으로 인해 급여에서는 많은 희생을 강요해 왔지만 이제는 한의사들에게도 적절한 수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이번 협상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지난해 약국은 유형별 수가 계약 이후 사상 최초로 결렬을 선언했다. 타결에 이르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약국의 어려움은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며 올해도 이러한 협상이 반복될까 우려를 나타냈다.

또 "올해 협상에서는 전년 대비 진료비 증가에만 초점을 두기 보다 경영 악화와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건의료계의 합리적인 수가 책정을 통해 일말의 희망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조산협회 이순옥 회장은 폐업 위기에 처한 조산협회 회원들이 상황을 이야기 했다.

이 회장은 "조산협회는 지금 필수의료의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가가 너무 낮아서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난해도 2곳이 폐업을 했고, 올해도 분만을 포기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 2곳 더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 속한 회원들이 2천500명 정도인데 분만 취약지구에 가서 출산을 돕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없다. 이에 대한 수가마련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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